세상에 단둘인 어린 모자 갈라놓은 의정부 화마

불길서 5살 아들 구한 20대 엄마…치료 중 끝내 숨져

지구 상에 둘만 남은 어린 모자(母子)를 의정부 화마가 갈라놨다.

불길 속에서 다섯 살 아들을 구하고 구조돼 치료를 받던 나미경(22·여)씨가 끝내 숨졌다.

24일 경기도 의정부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밤 야속한 하늘은 어린 아들만 남기고 나씨를 데려갔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지 2주 만이었다.

지난 10일 아침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불길 속에서 애리한 20대 여성이 다섯 살배기를 안고 구조됐다. 온몸에 검둥이 묻은 채였다.

아들은 살렸으나 자신은 전신 화상을 입었다. 서울의 한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23일 밤 숨졌다.


나씨의 아들은 어머니의 품속에 있어서였는지 큰 부상 없이 며칠 간 치료 후 퇴원했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다. 아이를 맡아줄 다른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고아가 돼 입양 보내졌다가 다시 파양(罷養)된 나씨도 이 세상에서 혈혈단신이었다.

그러다가 미혼모가 돼 아들을 홀로 키워왔는데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어린 아들만 홀로 남은 것이다.

현재 아이는 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맡고 있다.

앞서 사경을 헤매던 나씨의 사연이 알려지며 도움을 주고 싶다며 연합뉴스에도 문의가 쇄도했다.

의정부시 한 관계자는 아이를 앞으로 보호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1층에 주차됐던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작은 불이 손쓸 길 없이 대형 화재로 번지면서 나씨를 포함해 5명이나 숨졌다.

이름만 '아파트'인 도시형 생활주택의 작은 원룸에서 단둘이 살았던 모자. 이제 고작 다섯 살인 아이에게 지워진 앞으로 삶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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