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특보단 부활…'옥상옥 구조' vs '대통령에 직언"

아직 명확한 역할 규정 없어, 대통령 자문 기능에 주력할 듯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23일 단행한 인적쇄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각 분야에 전문가로 구성된 특보단을 신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민정특보에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보특보에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홍보특보에 신성호 전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사회문화특보에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을 각각 인명했다.

경북 영주 출생인 이명재 민정특보는 검사 출신으로 서울고검장과 대검찰청 중수부장 등을 역임한 뒤 변호사로 잠시 활동하다 김대중정부 당시인 지난 2002년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 영동개발비리사건과 5공 비리, 환란.세풍(稅風)사건 등 처리했으며 김기춘 비서실장이 '당대 최고의 검사'라고 추켜세웠다는 후문이다.

서울 출생으로 사이버 보안분야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임종인 안보특보는 지난 2012년부터 대통령 직속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임 특보의 임명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 암살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 '인터뷰'를 놓고 촉발된 북.미간 사이버전 등 치열해지는 주변국간 사이버전에 대응해 우리 사이버분야 능력배양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서울 출신으로 중앙일보 수석 논설위원을 지낸 신성호 홍보특보는 지난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보도한 기자로 알려졌다.

법조계 출입 언론인 모임인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내기도 한 신 특보는 오랜 언론계 경험을 바탕으로 청와대의 대국민 홍보를 자문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사회문화특보는 SBS 도쿄 특파원과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지냈고 지난 2013년부터 기획실장을 거쳐 기획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청와대는 당정간, 그리고 당청간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특보의 경우는 신임 총리 내정자와 상의한 뒤 추후 임명할 계획이다.

이들 특보단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특보단 신설을 밝혀 새삼 특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긴 했지만 매 정부마다 청와대 특보단은 유지돼 왔다.

청와대 특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미국 백악관의 특별보좌관제도를 본떠 신설됐고 역대 정권에서 유지돼 오다 박근혜정부 들어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폐지됐다.

결국 필요에 의해 각 정부에서 유지돼 왔던 청와대 특보단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했다가 결국은 필요성이 인정돼 다시 명맥이 이어지는 것.

청와대 특보의 경우 명확한 역할이 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특보단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권한이 막대해 질수도 아니면 미미할 수도 있다.

특보가 박 대통령에게 자문을 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경우 역할이 커지는 반면, 특보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면 있으나 마나한 자리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특보단 신설 의사를 직접 밝힌 만큼 특보단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조언하는 역할은 청와대 각 수석과 정부부처 장관 등에게도 주워진 역할인 만큼 특보단의 역할이 이들과 겹치며 옥상옥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무보수 명예직인 특보의 경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의 경우 자리에 연연해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특보가 자유롭게 활동하며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면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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