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상품도 전세자금대출 금리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쌌다. 전세자금대출 최저 금리는 3.3%25. 3000만원을 빌린다고 하면 99만원을 연 이자로 내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니 이 집은 2000만원만 더 주면 집을 살 수 있다.
외벌이인 김 씨네 가족은 국민주택기금에서 공유형모기지론 대상이 된다. 모기지론으로 5000만원을 연 1.5%25의 금리로 빌릴 수 있다. 부담해야 하는 연 이자는 75만원이다. 더 적은 이자를 주고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집 구매 의사가 없었던 김 씨였지만,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고 있다.
전세대출보다 저렴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세자금대출 금리보다 저렴해 '빚내서 집을 사야하나' 갈등에 빠진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010년 연 5%대에서 지난해 3% 초반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들어선 2% 후반대로 떨어졌다. 외환은행의 고정금리 대출(3년 후 변동금리 전환) 최저금리는 22일 현재 연 2.9%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고정금리(5년 비거치 기준)는 2.89%, 농협은행 고정금리(혼합형 5년 기준)도 2.94%다. 모두 3% 아래다.
뿐만 아니라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국민주택기금 재원으로 최대 2억원까지 1%대 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금리 변동이 사실상 없었다. 3%대에서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은행들은 지난해 말보다 금리가 올랐다. 실제 A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3.19%에서 3.25%로 대출 금리가 상승했다.
국민주택기금으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도 연 2.7%~3.3% 수준이다.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이 넘으면 연 평균 3%, 4000만원이 초과하면 연 3.2%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주택자금대출과 비교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차라리 집을 사야하나'라는 고민하는 시민들이 생기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월세로 내몰려야 하는 시민들에게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최문정(28) 씨는 "이자만 생각하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며 "집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세자금대출 금리보다 낮은 이유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낮추기 위해 비거치·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일정 수준 맞출 것을 은행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이들 비거치·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맞추기 위해 경쟁을 벌이게 됐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금리 인하에 영향을 줄만한 요인이 없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전세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보다 0.05%~0.3% 정도 높다"며 "시중은행의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때문에 주택구입을 고민하는 고객들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