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인적쇄신이 기대에 못미치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 조차 미흡한 쇄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3 인적쇄신의 핵심은 청와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 측근 3인방의 거취였지만 이들 가운데 안봉근 대통령 제2 부속비서관만 직제가 폐지되면서 물러나게 됐을 뿐 나머지 3명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12일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교체 가능성을 시사한데다 1월 정부부처에 대한 업무보고에도 잇따라 불참해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유임쪽으로 정리가 됐다. 물론 한시적 유임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지난해 대통령 측근 실세들의 국정농단의혹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정윤회씨와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개입의혹이 표면화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했고 이로인해 정국혼란이 가중되자 스스로도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연초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영한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했을 때는, 김영한 수석의 국회 출석을 지시했지만 당시 김 수석이 "나갈 수 없다"며 항명하는 사태까지 겪으며 비서실장으로서 권위가 여지없이 실추돼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고 이에대한 비판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인적쇄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은 제외했지만 김 실장을 확실히 유임한 건지 아니면 후임자를 물색중인 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안까지 포함된 이번 조치에서 김 실장이 빠짐으로써 사실상 유임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여권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정농단의 당사자들로 지목됐던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은 2명 유임, 1명 사퇴가 결정돼 쇄신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3일 청와대 개편에 대해 "오늘 청와대 인사개편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인사조치가 분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국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용태 의원 "국민 눈높이 이렇게 못 맞출 수가…"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사를 보니 너무 답답하다. 국민의 눈높이와 감정과 기대를 이렇게 못 맞출 수가 있나"라고 반문하고 "다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유임된 이재만 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멤버에서 배제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기춘 실장은)인사할 때 함께 했어야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유임된 이재만 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멤버에서 배제됐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참석 대상에서 빠졌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대통령 주변 실세들이 각종 인사와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과 비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앞으로 청와대 업무지원과 청사관리 등 총무비서관으로서 부여받은 임무만 수행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대통령의 부인을 보좌하는 직책이었던 대통령 제2 부속비서관을 맡고 있던 안봉근 비서관은 제2 부속비서관직이 폐지돼 그 직을 계속 맡을 수 없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봉근 비서관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보직이 변경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비서관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현직과 업무를 그대로 지킨 사람은 정호성 대통령 제 1부속비서관이다. 정호성 비서관이 집권 후 줄곧 1부속비서관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 보좌해왔고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대통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 등이 감안된 조치로 분석된다.
잇따른 국정개입의혹과 청와대 비서실의 무너진 체계로 여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인적쇄신 압박을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를 교체하고 청와대 일부 비서관의 국정개입여지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쇄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