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점유율=고전’ 슈틸리케 딜레마 어쩌나

높은 점유율 기록 경기서 힘겨운 승부, 호주전은 정반대 결과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높은 점유율을 통해 승리하는 결과를 원하고 있지만 정작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높은 점유율에도 고전하는 경기가 많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딜레마에 빠졌다. 바로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과 결과의 공존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 과연 이번 대회 중 둘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지난 22일(한국시각) 멜버른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의 승리로 ‘슈틸리케호’의 거침없는 연승 행진은 4경기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한국 축구는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힘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결정적인 아쉬움이 있다. 선수들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철학을 따라 경기 점유율을 높이는 경우 경기력이 기대 이하에 그친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은 오만과 쿠웨이트, 호주를 차례로 상대한 조별예선 3경기에서 모두 1-0으로 승리했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는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 4경기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이 공개적으로 만족감을 표했던 경기는 호주전이 유일하다. 나머지 경기는 다소 고전한 끝에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호주전 승리와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진다. 22일(한국시각)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 승리와는 또 다르다. 하지만 이 경기들을 나누는 데는 점유율이라는 분명한 기준이 등장한다.

◇높은 경기 점유율-부진한 경기력, 애매한 엇갈림

오만과 조별예선 1차전에서 우리 대표팀의 경기 점유율은 67.`1%.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상대를 압도하고도 전반 추가시간에 터진 조영철(카타르SC)의 골 하나로 힘겹게 승리했다. 자칫 이 골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경기를 지배하고도 힘들게 이겼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쿠웨이트와 경기는 선수단을 휩쓴 감기몸살 때문에 무려 7명의 선발 명단이 바뀌는 가운데 50.8%-49.2%의 대등한 흐름을 이어갔다. 높은 점유율을 추구하는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분명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졸전이라는 비판에도 대표팀은 조별예선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1-0으로 승리한 조별예선 3차전은 ‘슈틸리케의 축구=높은 점유율’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결과다. 이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의 경기 점유율은 고작 32.8%에 불과했다. 호주의 파상공세가 쉴 새 없이 이어졌고, ‘슈틸리케호’는 이를 막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이정협(상주)의 결승골이 터지며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비단 호주와 경기는 단순히 한 경기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했던 철학과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승리를 챙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높은 점유율을 추구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고집을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뒤따랐고, 감독은 “호주는 오만, 쿠웨이트와는 또 다른 팀”이라고 설명하며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굳건히 했다.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은 어땠을까. 이 경기에서 ‘슈틸리케호’는 60.5%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연장 후반의 점유율이 40.4%까지 떨어진 탓에 경기 전반의 점유율이 낮아진 감이 있다. 높은 점유율에도 확실한 마무리의 부재로 결국 연장까지 치렀고, 연장에 가서야 교체 직전까지 내몰렸던 손흥민(레버쿠젠)의 연속 골이 터지며 이길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 역시 높은 점유율에도 고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체력이 부족해 교체까지도 고려했던 손흥민을 믿고 버텼던 것이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동료들의 도움이 컸던 손흥민의 2골이 없었다면 승부차기까지도 갈 수 있는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신이 고수하는 철학과는 결과가 반대되는 양상이 펼쳐졌다. 4강전을 앞둔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더욱 관심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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