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는요?
◆ 김성완> 엊그제 통일부가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반도 종단열차를 운행하는 방안을 보고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날 밤 탈북자 단체가 마치 보란듯이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이 통일부 공문 한 장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공문 한 장 때문에 대북전단 못 막은 정부',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공문 한 장 때문에 대북전단을 못 막았다', 통일부가 상당히 이 문제에 대해서 곤혹스러운 입장인 것 같아요.
◆ 김성완> 당혹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날은 통일부 입장에서 잔칫날이었거든요. 이게 무슨 얘기냐하면 통일부는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부터 계속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바람에 존재감이 없는 부처로 전락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한 8년 정도를 존재가 없는 부처로 지내다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국정화두로 통일을 제시하면서 이제 뭔가 존재감을 보일 때가 됐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업무보고 때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다 꺼내가지고 사실상 잔칫상의 차려놓은 거거든요. 그래서 서울과 신의주간 종단열차를 잇겠다, 대륙간 대륙열차와 철도와 연결하겠다, 이런 것까지 구상을 밝혀서 오히려 장밋빛 전망이다, 이런 얘기까지 듣고 있는데요. 바로 그날 밤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대북전단을 탈북자 단체가 살포를 한 거죠. 그러니까 탈북자 단체 식으로 얘기를 하자면 잔칫상을 엎은 그런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더 황당한 건 이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 10만장을 살포를 했다, 이렇게 공개를 하면서 설 전까지 북이 남측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화 '인터뷰' DVD를 평양에 뿌리겠다, 이런 협박까지 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 박재홍> 그런데, 이렇게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게 통일부 공문 한 장 때문이이라는 것인데, 이게 무슨 얘기인가요?
◆ 김성완> 아마 지난해 연말 기억해 보시면 아실 것 같은데요. 대북전단 문제가 계속 우리사회의 논란거리가 됐잖아요. 그러다가 정부 입장은 원래 개입하지 않겠다, 이런 입장을 계속 견지하다가 지난해 연말 통일부 고위 관계자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곳이 ‘자유북한운동연합’이라고 하는 곳이잖아요. 박상학 대표를 찾아가서 전단을 좀 살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런 뜻을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박 대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말로 하지 말고 공문을 가지고 와라, 우리한테. 정식적으로 공문으로 요청을 해라.' 이렇게 했는데 통일부 입장에서는 '무슨 공문이냐, 말로 했으면 됐지.' 이렇게 얘기를 했던 거죠. 그러니까 공문을 안 갖고 오면 우리는 계속 살포하겠다, 이런 식의 태도를 보였는데 그걸 통일부가 공문을 안 보내면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은 이런 문제가 터지게 된 거죠.
◇ 박재홍> 공문 한 장 그냥 보내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협조해 달라, 이렇게 입장을 밝히면 됐을 텐데. 왜 안 보냈을까요?
◆ 김성완> 이게 쉬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좀 복잡하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번째 이유는 책임질 일을 하지 않겠다, 이런 뜻이 됩니다. 아마 공무원들은 잘 아실 것 같아요. 구두로 약속한 것과 공문으로 보내서 약속한 것의 차이. 뭐 이런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구두 약속은 사실 공신력이 좀 없잖아요, 그렇죠?
◇ 박재홍> 못 들었다, 이렇게 하면 또 끝나는 것 아닌가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김성완> 사람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는 건데요. 나중에 뭐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약속한 공무원만 책임지면 되잖아요. 그런데 공문을 만약에 보낼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거죠. 그때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공문을 확 꺼내놓으면 할 말이 없게 되는 건데요.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지금 대북전단문제가 되어 버린 상황이잖아요. 북한이 지난 5일에도 국방위원회 담화를 발표하면서 대북전단살포를 거론을 했거든요. 그때 그 얘기를 하면서 ‘대화인가, 대결인가 양자택일하라.’ 이렇게 요구할 정도입니다.
◇ 박재홍>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거죠.
◆ 김성완> 맞아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통일부가 공문을 보내서 ‘전단살포를 자제해 달라.’ 이렇게 할 경우에 뭔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런 것이고요. 또 한 측면으로는 협상의 카드를 버리는 효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작년 초쯤에 북한하고 이산가족 상봉 전격적으로 합의했을 때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대신 합의한 게 상호비방중지였거든요. 그러니까 그 카드를 우리가 미리 버릴 경우에는 협상카드 하나를 버리고 협상을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문으로 보내기는 좀 어렵다, 이런 해석을 할 수도 있는 거죠.
◇ 박재홍> 협상카드 해석은 좀 일리가 있는 것 같고, 두번째 이유는 뭔가요?
◆ 김성완> 두번째 이유는 국내정치용입니다. 이건 뭐 간단한 얘기이고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결국은 고정 지지층. 전통적인 보수층들도 실망을 하고 떨어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지지층은 대북문제 있어서 만큼은 굉장히 강경하거든요. 정부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서 만약에 자칫 잘못 건드렸을 경우에는 전통적인 지지층마저 떨어져나갈 수 있겠다, 라고 우려할 수 있다는 거죠. 결국은 남북대화에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오히려 협상도 제대로 안 되면서 지지만, 대통령 지지율만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 박재홍> 대북전단이 대북관계 뿐만 아니라 남남갈등도 유발하고 있다, 이런 비판들도 나오는 상황들인데. 통일부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요.
◆ 김성완> 그렇게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통일부한테 묻고 싶어요. 과연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공문 한 장밖에 없는 건가라는 것 하나 먼저 묻고 싶고요. 또 하나는 공문을 보낸다 하더라도 공문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서 다르잖아요. ‘하지 마라.’ 이렇게 공문을 보낼 수도 있고 ‘자제해 주십시오.’
◇ 박재홍> 협조해 주십시오.
◆ 김성완> 네, 협조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 협조해 달라고 할 때도, 얼마 전에 법원에서 ‘대북전단살포를 자제하도록 하는 것은 합법이다’라고 판결까지 냈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 판결문을 인용해 가지고 이러이러한 상황이다, 이 법령 안에서 최대한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 보낼 수 있는 건데. 굳이 그걸 보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이 대북전단 문제가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다르지만 지금은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협상의 제1순위의 전제조건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그에 대해서 정부가 최소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상호비방중지 같은 경우에는 대북전단 말고도 서로 할 게 많잖아요. 그런 면에서 정부가 너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은 좀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정부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입장이시군요.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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