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잘못했지?" LG 김종규의 고민과 각성

프로농구 LG 김종규가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사진 제공/KBL)

이승현이 왼쪽 베이스라인에서 오픈 3점슛 기회를 잡았다. 골밑 근처에 있던 김종규가 스텝을 길게 뻗으며 외곽으로 달려가 이승현의 슛 시도를 막았다.

이승현은 영리했다. 곧바로 골밑으로 파고들어 밖으로 달려나오던 김종규를 여유있게 제쳤다. 그런데 김종규는 포기하지 않고 방향을 바꿔 다시 이승현을 쫓았다. 방향 전환의 스피드는 놀라웠다. 이승현이 페인트존 안에서 슛을 던질 때 어느새 김종규가 다가와 블록을 시도했다. 이승현의 슛은 불발됐다.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창원 LG의 경기에서 3쿼터 막판에 나온 장면이다.


어떻게든 오리온스의 이승현을 막아보겠다는 LG 김종규의 의지가 빛난 장면이다.

김종규는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김종규는 "우리 팀이 오리온스전에서 내가 뛰었던 2경기를 지고 내가 결장한 2경기를 이겼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이같은 결과를 자기 탓으로 여겼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고민에 빠졌다.

김종규는 자기 힘으로 징크스를 이겨내고 싶었다.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이승현에 대한 수비 방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김종규는 "내가 뛰었던 경기에서 수비를 할 때 이승현을 내버려두고 길렌워터에게 도움수비를 갔다가 이승현에게 득점을 많이 얻어맞았다"고 말했다.

기록을 찾아보니 사실이었다. 이승현은 LG를 꺾은 2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 4개를, 2차전에서는 5개를 각각 성공시켰다. 시도 기회가 많았고 성공률은 놀라웠다.

반면, 이승현은 김종규가 결장한 3,4차전에서는 총 6개를 던져 3개를 넣었다. 성공률은 여전히 좋았지만 슛 시도 기회가 줄었다.

김종규는 먼저 이승현에 대한 수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승현을 먼저 중점적으로 수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상대 외국인선수 수비는 우리 외국인선수가 1대1로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이승현만 바라봤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20일 경기에서 11점을 올렸지만 야투 11개를 던져 2개를 성공시키는 데 그쳤다. 3점슛 시도 2개는 모두 림을 외면했다.

김종규는 오리온스전에서 자신의 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야투 11개를 던져 100% 성공률을 기록하며 27점을 쓸어담았다. 리바운드 10개를 잡아 '더블더블'도 달성했다. LG는 오리온스를 90-79로 누르고 6연승을 달렸다.

김종규는 공격에서 수많은 하일라이트를 만들어냈지만 3쿼터 막판 이승현의 슛 기회를 연거푸 저지한 장면이야말로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냉철한 자기 반성에서 비롯된 의지가 상승세의 LG에 보이지 않는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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