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레이크사이드 스타디움에 모인 취재진을 향해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도 오늘 아침에 보고 깜짝 놀랐어요"라며 재차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끝나자 대화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바로 중앙 수비수 김주영(상하이 둥야)다. 며칠 전까지 만해도 평범한 헤어 스타일이었다. 염색조차 하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삭발한 모습으로 훈련장에 들어섰다.
이미 김주영의 민머리를 본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물론, 처음 보는 취재진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헤어 스타일의 차두리(서울)와 김주영의 등장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상당히 놀랐다는 후문이다. 김주영 본인도 자신의 민머리가 아직은 어색한 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호주전을 앞두고 발목을 다쳐 결국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김주영은 오랜만에 대표팀 훈련에 복귀했다. "발목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마냥 쉬는 것도 별로"라는 김주영은 "금방 나을 수 있었다면 쉬지도 않았다. 더 다치지만 않으면 8강전도 출전할 수 있다"고 자신의 부상 상태를 소개했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지만 김주영은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무실점 전승을 거두는 데 분명한 역할을 했다. 부상 등으로 계속해서 수비진의 선수 구성이 바뀌자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회의를 열어 경기를 대비했다.
김주영은 "현재의 선수들이 호흡을 맞춘 지 오래되지 않아서 수비수뿐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 모여서 일종의 틀을 잡았다. 어디부터 압박할 것인지 서로의 위치를 잡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 부분을 확실히 하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매 경기 다른 구성의 수비진으로 경기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김주영의 가세로 22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 어떤 구성의 중앙 수비가 출전할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을 모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