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식자' 원격진료와 우버택시에 맞서

디지털 기술 혁신은 세상에 온기만 불어넣지 않는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고 있다. 질서의 재편으로 떠밀려나는 이들에게서 저항의 움직임도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인간과 디지털 기술 간 공존의 길을 모색해 보는 ‘디지털 러다이트-파괴가 아닌 상생’ 5회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셀카봉과 드론택배…내 일자리를 빼앗다
②뛰어봤자 GPS·스마트폰 안…'유리감옥' 속 우리
③'디지털 포식자' 원격진료와 우버택시에 맞서
④라디오DJ와 스마트오디오, 최후의 승자는?
⑤디지털 러다이트 달래는 디지털 하모니의 첫걸음


자료사진
경력 50년의 택시기사 김모(75) 씨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우버(Uber)' 콜택시가 눈엣가시다.

김 씨는 "호텔이나 고급 술집이 밀집한 곳마다 우버 택시가 있다"며 "진짜 돈이 되는 손님은 다 뺏긴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택시기사 이모 씨도 "강남 쪽 콜택시는 거의 죽다시피 한 상태"라면서 "피해가 막심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스마트폰 터치 하나로 일반 승용차나 렌트카를 콜택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우버는, 이미 해외에서는 51개국 230여개 도시에 진출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우버는 지난 2013년 8월 한국에도 상륙해 인기몰이를 했지만 손님을 빼앗긴 택시업계로서는 단단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택시업계는 우버가 불법 운수영업이라면서 지난달 서울광장에서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병원 갈 필요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으로 진료를 받는 원격의료의 경우, 의사들이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병원 방문이 어려운 도서 산간 지역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동네 의원 죽이기"라고 강조한다.

추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 행태로는 대부분 대형병원, 유명의사를 찾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라 지적했다.

의협은 오는 25일 임시총회를 거쳐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진행하는 등 원격의료 도입을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자취방을 찾는 대학생 사이에 특히 인기를 끄는 부동산 앱(어플리케이션)도, 어디서든 다양한 음식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앱도 기존 업계의 저항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골목 자영업자들까지 위협하는 디지털 기술 발달을 막무가내로 막아서기란 쉽지 않은 상황.

서울 목동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도, 배달 앱의 등장이 가맹 수수료 부담만 키웠지만 이미 대세는 굳어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김 씨는 "인근 주민들이 전단지보다 쉽게 접하는 게 어플 아니냐"며 "갑 행세하는 배달 앱 업체가 요구하는 수수료가 부담스러워도, 이미 매출의 30%를 앱 주문이 차지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누군가가 일군 기술 혁신이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까지 잠식하는 상황 속에, 저항하는 이들이 벌이는 이른바 '디지털 러다이트'가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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