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사건이라는 점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09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관련자 67명이 낸 소송에서 63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급액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 235억원에 1975년 형 확정 다음날부터 판결까지 지연손해금을 더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손해배상금 235억원에 1975년이 아니라 2심 변론 종결일인 2009년 11월부터 13개월치 이자만 지연손해금으로 더해야 한다며 배상액을 279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급기야 가지급된 손해배상금을 돌려달라며 국가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미 받은 돈을 되돌려주라는 판결도 잇따랐다.
폭력의 가해자였던 국가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송사를 벌여 손해배상금을 크게 낮추거나 되돌려 받은 것이다. 국가가 가해자인 사건이 조작으로 결론났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였던 국가가 다시 나서서 피해자들과 법정다툼을 벌인 셈이다. 여기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초과 지급된 배상금을 토해내라며 국가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의 소송대리인은 검찰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위원회 재직 시절 알게 된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무원,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 수임을 제한하도록 규정한 변호사법 31조를 위반했다는 혐의이다. 일부 변호사는 위법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그런데 검찰이 국가폭력 가해자의 대리인이었거나 또는 국가폭력 피해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당사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대리인인 민변에 대한 수사는 오해의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가해자의 대리인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잡아 피해자의 대리인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해 민변 소속 변호사들을 기소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청구한 점에 비춰보면 또 다른 민변 때리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당초 일부 변호사들의 수임제한 위반 혐의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공교롭게도 민변 소속 변호사가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격화됐던 검찰과 민변의 충돌을 돌이켜보면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검찰로서는 스스로 오해를 초래할 여지는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지나친 주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