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악재…'불안불안' 박근혜정부

청와대 타이밍 늦은 쇄신…약발은 미지수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민심을 거스르는 청와대의 행태에 새해 벽두부터 당청이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고 봉급생활자의 연말정산 악재까지 겹치면서 여권의 새해 첫 출발이 불안불안하다.

13번째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시즌이 도래하면서 이명박정부 당시 고친 간이세액표와 지난 2013년 세법개정의 효과가 현실화하면서 급여생활자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화들짝 놀라고 있다.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리는 대신 중하위 소득자의 부담은 줄이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이 이뤄진 줄 알았지만 막상 개정 세법이 시행되고 보니 세부담이 정부 설명보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출렁이는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울 총선거나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 여권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국정추진동력은 국민적 지지에서 나오는 것이고 예상하지 못한 악재를 방치할 경우 국정동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 탓일까, 세금폭탄 논란을 대하는 여권의 대응이 일사분란하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19일 "중상층의 소득세 부담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면서도 "소득계층별 (환급액) 축소정도를 분석해 문제가 발견되면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등 자녀수, 노후대비 등을 감안한 근로소득세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봉급생활자 불만에 대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각료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세금폭탄 논란과 관련해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여권 전체가 연말정산 세부담 증가에 팔을 걷고 나선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여권이 갖는 긴장감과 우려는 상상 이상이다. 이 사안이 갖는 중요성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고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죽 이어져 온 악재들로 인해 이미 내상을 입을 대로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윤회씨와 비서관 3인방의 국정개입의혹과 김영한 민정수석의 항명파동,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사이의 당주도권 갈등에 을미년 새해들어서는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 파동까지 불거져 그야말로 바람잘날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경제활력을 높이고 각종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해 가겠다며 3년차 국정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지만 정작 해묵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여론이나 민심과 정반대의 발언과 인식을 보여주면서 인적쇄신을 차일피일 미루다 실기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여권 내부의 끊임없는 잡음과 악재에 손을 놓는 안이함에 민심은 이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윤회씨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세째주 박 대통령 지지율은(리얼미터조사) 50%였지만 지난 19일 조사에서는 39.4%로 급락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영남과 50, 60대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균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빠른 시일내 청와대 일부 개편, 소폭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쇄신이 필요한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쇄신의 약발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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