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그렇지만 새해 업무계획을 아무리 살펴봐도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언급은 많지만 한쪽 당사자인 북한을 끌어들일 대책이나 지금의 경색카드를 풀 수 있는 5.24 조치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정부는 왜 5.24조치 문제 언급조차 안 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통일분야 새해 업무보고자리인데 5.24 조치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다는 얘기냐?
= 그렇다. 남북한의 교류협력이 중단되고 있는 것은 5.24조치 때문이다. 이 조치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은 불가능한 상태다.
그렇지만 5.24 조치 문제는 통일부의 업무보고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가 끝난 뒤 가진 공식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나 5.24 조치 해제, 이런 현안들에 대해서도 보고가 되거나 또한 대통령께서 어떤 입장을 밝힌 게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업무보고에서 그 문제들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류 장관은 "업무보고에서는 5.24 문제나 그런 구체적인 문제, 특히 '현안'이라고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얘기에 대해서는 오늘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모두 발언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어느때 보다도 높은만큼 각별한 각오로 더욱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세 가지 당부를 했지만 5.24 조치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5.24 조치란? |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인적 물적 교류를 중단한 대북조치로 ▶북한선박의 우리해역 운항 전면불허 ▶남북교역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다. |
▶ 그래도 남북간 대화재개를 강조하지 않았나?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남북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교류 협력의 질을 높이고 작은 협력부터 이루어 가려면 조속히 남북 간에 통일준비를 위한 실질적이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어떤 형식의 대화를 하든 국민의 마음을 모아서 협상을 시작해 나가고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부 고위당국자 "남북이 협의와 합의를 하면 5.24 조치 문제에서도 좋은 여러 해결책이 나올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그렇다면 5.24 조치 해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건가?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에 따라서 분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박 대통령의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라'는 당부가 5.24 조치나 금강산 관광재개까지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2일에 있었던 2015년 정부 신년인사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남북문제와 관련해 조금 도와 줘야 하지 않느냐?"면서 "5.24 조치만 해제하라고 하면 협상이 되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5.24 조치 해제 의제화 가능성에 대해 "대화 중에 그것까지 다 풀 수 있지만 (야당에서) 자꾸 소리가 커지면 협상능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대북특사 파견이나 5.24조치 해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분단으로 겪고 있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남북간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 전제조건은 없다"면서도 "대화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5.24 조치는 사실 남북교류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생긴 것이다. 5.24 조치 문제도 남북이 당국자간에 만나서 얘기를 해야 접점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 '드레스덴 구상'에 이어서 올해는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 제시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5.24 조치 문제도 남북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북한의 '진정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이 국내정치용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북한의 반응이나 요구는 관계없이 국내용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24 조치 해제는 기대난망"이라면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통일정책은 국내정치용으로 봐야한다"라고 말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전략적 접근은 전혀 없이 기존 주장을 재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정부가 왜 5.24 조치를 언급조차 안한거냐?
첫 번째는 협상 전략의 문제일 가능성이다. 이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속적으로 언급한 부분과 맥을 같이한다. 대화를 재개하고 그 속에서 5.24 조치 해제도 검토를 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에게 남북간 대화를 통해 5.24 조치를 다 풀수도 있지만 야당에서 5.24 조치만 해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협상능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게 사실이라면 전략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연말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5.24나 이산가족 문제 같은 경우는 남북간 현안이기 때문에 그런 현안들은 결국 남과 북이 대화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서 보자면 5.24 조치 해제 문제는 남북간 협상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통일문제를 국내정치문제로 보는 견해에서는 매우 설득력이 높은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의 '진정성'과 '5.24 조치가 남북교류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생긴 것'이라는 언급 등은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구체적인 실천도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5.24 조치를 언급조차 안했다는 건 국내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5.24 조치의 무조건적인 해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통일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현재 금강산 관광 재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열차로 서울-평양-신의주와 나진을 다녀오는 한반도 종단 열차 시범 운행과 같은 구상이 실현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통일 정책이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걸 비판한 것이다.
▶ 5.24 조치 해제가 꼭 필요한건가?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이인제 의원은 지난 18일 언론기고문에서 "천안함 폭침 등 북한 정권의 도발에 대한 응징으로 덜커덕 민간의 경제협력과 교류를 중단시킨 이른바 5.24 대북 제재 조치도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며 5.24 조치 해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도 언론인터뷰에서 "5·24 조치의 정신과 사건에 대해 북한에 대해서 계속해서 책임을 추궁해야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한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선 이 부분에 대해선 이 정도로 정리하고 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지금은 5·24 조치를 포함한 전향적인 정부의 통 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한지 1년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실천이 없어서 답답하다"면서 "통일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가 G20을 넘어 G5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5.24 조치 해제가 필요한 이유는 대한민국 국운을 키우기 위해서는 통일밖에 없고 없고, 통일을 달성해야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며 "5.24 조치는 즉각 해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5.24 대북 제재도 더이상 명분이 없고 백해무익하다"면서 "우리가 북한에 비해 강자고 또 가진 자인 만큼 자신감을 갖고 북한을 포용하는 자세로 나가면 정상회담도 언젠가는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언론인터뷰에서 "5.24조치 같은 것이 해소돼서 정상회담까지 갈 수 있는 도로공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5.24 조치의 해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 대표회장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북한에 대해 우리는 슈퍼갑이다. 사사 건건 대응하기 보다 통큰 양보가 필요하다. 통일되면 북한을 지원한 것이 국력이 되고 경제대국으로 점프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5·24 조치 해제를 위한 경협·종교·시민단체 연대' 소속 회원들도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한 뒤 매주 화요일마다 경협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알리고 정부에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 북한도 5.24 조치 해제를 주장했는데?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바란다면 무엇이 선차이고 무엇이 후차인가를 똑똑히 알고 그를 위한 조건과 환경부터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남북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대화를 위해서는 5.24 조치를 먼저 해제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서 19일 업무보고에서도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5.24 조치의 해제가 선결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정치와 이념을 떠나 기본권 보장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동서독은 통일 이전에도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기본적인 가족권 보장의 문제로 접근을 해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주민들은 거의 모두가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5.24 조치의 해제문제와 함께 한미연합훈련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19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한미연합방위체제 강화를 위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키 리졸브 훈련, 독수리연습을 계획대로 3월 초에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렇지만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체제대결과 제도통일(흡수통일) 추구 중지 등을 촉구"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