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이날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49)의 두 번째 공판에서 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나온 정씨는 약 3시간 20분에 걸친 증인신문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씨는 자신의 명예훼손 여부와 관련, "하지도 않은 터무니없는 일을 외국 언론이 전혀 확인도 하지 않고 썼다"며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비서실장 일을 그만둔 2007년 이후 만난 적 없고 전화 통화도 대선 승리(2012년 말) 이후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안봉근 비서관이 전화를 연결해줘 한 차례 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 쟁점1 저녁 약속은 기억하면서…점심은 왜?
이날 주된 쟁점은 지난해 8월 15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던 정씨가 자신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진술했던 내용을 번복한 것이었다.
정씨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정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1시에 지인 이모씨를 만나기 위해 10시~10시 반 사이에 신사동 자택을 나섰고, 30분~40분 소요되는 종로구 평창동 이씨의 집에 도착해 오후 2시경까지 점심 식사를 한 뒤 자택에 귀가했다. 다시 오후 6시쯤 신사동 모 음식점에서 친구 3명과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10시쯤 귀가했다.
정씨는 이씨에 대해 한학에 조예가 깊은 지인이며, 2013년 12월경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두 차례 만나 점심을 함께하는 사이며, 주로 이씨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를 북돋는 말을 한다고 정씨는 밝혔다.
정씨는 참사 당일에도 평소처럼 만나 '군자'에 대해서 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정씨가 검찰 출석 당시가 아닌, 출석 며칠 뒤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발신자 위치추적 조회에서 평창동 위치가 잡혔다는 전화를 받고 밝혔던 내용이어서 변호인 측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정씨는 지난해 8월 검찰 소환 조사 당시에는 "세월호 당일 오전에는 집에서 특별한 일을 하지 않다가 오후 6시경 신사동 약속 장소에서 친구 3명과 식사를 하고 밤 10시경 귀가했다"고 밝혔었다.
이에 가토 전 지국장 변호인 측은 "(평창동에서 전화통화를 했던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이유가 뭐냐"며 추궁했다.
특히 "(정씨는) 검찰 조사 당시 작성한 문답 조서에 (참사 당일) 낮 시간에 집안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도 계셨으니 오후 6시 이전에 집에 있던 사실이 확인 가능하다고 하는 등 구체적으로 진술했는데 검찰 직원의 전화에 말이 바뀐 점이 의아하다"며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오후 약속은 기억해 진술하고 점심은 기억 못했다는데 충분히 경험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씨가 자신의 평창동 집에서 통화를 했다고 하고, 정씨는 이씨 집에서 나와 자신의 차에서 통화를 했다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정씨는 "그즈음 계속된 언론의 의혹 제기로 대부분 집에만 있었고 이씨와 점심 먹는 것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가벼이 여겨 진술을 안했던 것 같다"며 "4개월 전 일이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제출하며 추가적인 조회를 의뢰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도 "정씨가 제출한 휴대전화 통화기록에 이씨와의 통화내역이 담기지 않아 기억이 잘못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쟁점2 "조선일보 기사는 왜 문제 삼지 않나"
정씨와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와는 전반적으로 다르다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가토 전 지국장 변호인 측은 비슷한 연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씨 측은 최 선임기자의 기사에 대해 "이런 소문이 있는데 이런 소문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어서 산케이 신문 보도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토 전 지국장 변호인 측은 최 기자 역시 칼럼을 쓸 때 정씨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를 물으며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를 추궁했다. 정씨는 "없다"고 답했다.
정씨는 이날 출석에 앞서 세월호 사고 당일 누구를 만났는지 등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증언하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낮에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옛 보좌관 정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보수단체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돼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정씨는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당사자로 국정개입 의혹 문건 수사를 받던 지난 달 10일 검찰에 출석해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