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 등 대통령 직속 위원회 재직 중 관련된 사건을 수임한 것은 실정법 위반일 뿐 아니라 직업윤리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민변은 검찰의 과거사 관련 수사가 "합법적 권력을 이용한 표적적∙보복적∙정치적 탄압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과거사위 재직 때 관여한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변호사 5∼6명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대상에서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으로 내정된 이명춘 변호사(56)와 참여정부에서 비서관을 지낸 김모 변호사(60) 등 민변 변호사들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과거사위에서 활동한 뒤 이 위원회에서 파생된 같은 사안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맡은 것이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법 31조는 '공무원,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 수임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재직 중 자신이 판결했던 행정소송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기소됐던 고현철 전 대법관의 사례를 들며 민변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LG전자에서 해고된 정모씨의 상고심을 맡았던 고 전 대법관은 퇴직 뒤 정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LG전자의 대리인을 맡았다가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법관도 변호사법의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며 "민변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 간 은폐됐던 과거사 진상규명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국가로부터 재정적, 인적지원을 받아 활동한 과거사 위원을 조정위원이나 판사 등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변호사법의 과잉적용이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변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여 년 전 과거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것을 근거로 이제 와 문제 삼는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표적수사를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대상에는 민변 소속이 아닌 변호사도 있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박상훈 변호사(53)는 민변 소속이 아니다.
오히려 검찰은 민변 소속 변호사 등의 수임제한 규정 위반이 실정법 위반 이전에 직업윤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일인당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린 변호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익적 성격의 소송을 맡은 것이라면 실비 정도만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직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소송가액이 수천억 원이 되는 만큼 이 가운데 일부만 성공보수로 챙겼어도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아울러 지난해 박상훈 변호사의 수임제한 위반 혐의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견돼 수사에 착수했을 뿐 보복이나 표적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변은 진상규명 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피해·명예 회복에 나서지 않자 "피해자들이 어쩔 수 없이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길고도 어려운 소송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검찰은 간첩단사건을 비롯한 많은 과거사 사건을 양산, 묵인한 주체임에도 과거사 청산 작업을 거부했다"며 검찰의 원죄를 묻고 있다.
이처럼 검찰과 민변이 사실관계는 물론 법리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검찰 소환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