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경찰 집회 채증규칙 개정 비판일 듯

"여전히 모호하고 채증활동 범위 넓히려는 '꼼수'"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자료사진)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등을 위한 집회·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무분별한 사진촬영(채증)이 논란이 된 가운데, 경찰이 관련 규칙을 개정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모호한 점이 많아 또다른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강신명 청장)은 20일 무분별한 경찰 채증을 제한하는 '채증활동규칙' 개정안이 경찰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채증활동규칙은 경찰의 채증 개시 시점을 기존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불법행위 또는 이와 밀접한 행위'로 수정했다.

또 명시적 규정이 없어 논란을 일으켰던 의무경찰도 채증요원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간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채증활동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집회와 시위에 대한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개정된 채증활동규칙 역시 경찰의 자의적 판단을 전제로 한 '불법과 밀접한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채증은 불법행위 증거이자 수사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불법행위와 '밀접한 행위'라는 표현 역시 모호할 수밖에 없어 경찰의 악용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증은 원칙적으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단순한 불법행위 가능성만으로 채증을 정당화하려는 경찰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999년 "영장없이 이뤄지는 채증은 집회·시위 참가자의 불법행위가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채증활동을 엄격히 제한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하기도 했다.

채증요원의 범위에 의무경찰을 포함시킨 것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경찰은 개정안 통과 직후 의무경찰 채증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속부대 지휘관에게 지시 및 교육을 받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수사 목적의 증거로 활용되는 채증을 치안보조자인 의경이 맡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당장 나온다.

수사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채증활동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

박 변호사는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증을 하는 것 자체가 기본권 침해행위"라며 "채증 주체를 신중하게 가려서 해도 모자랄 판에 판단능력이 부족한 의경에게 채증을 맡긴다는 것은 채증요원 숫자를 늘리기 위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채증은 박근혜 정부의 집회.시위 엄단 기조와 맞물려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의 채증은 2010년 2329건에서 2013년 5,366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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