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셀카봉과 드론택배…내 일자리를 빼앗다 ②뛰어봤자 GPS·스마트폰 안…'유리감옥' 속 우리 ③'디지털 포식자' 원격진료와 우버택시에 맞서 ④라디오DJ와 스마트오디오, 최후의 승자는? ⑤디지털 러다이트 달래는 디지털 하모니의 첫걸음 |
모 대기업 가전제품 수리기사인 심모(36)씨의 업무용 차량에는 GPS위치추적기가 달려있다.
"차량 시동을 끄면 현재위치가 회사 측에 자동전송된다"며 시동을 켜둔 채 인터뷰에 응한 심씨는, "내가 무얼 하는지 회사가 다 지켜보고 있다는 스트레스는 물론, 인력감축 시 근무지 이탈을 뒤져 내가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호소했다.
고객을 방문할 때 예약 시간에 맞췄는지 여부를 스마트폰으로 감시당하기도 했다.
수리기사 길모(30)씨는 수리할 제품을 사진으로 찍거나, 바코드를 스캔해 전송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족쇄"라고 불렀다.
길씨는 "오후 2시에 고객과 약속이 있을 경우 전후 15분 사이에 도착해 제품 사진을 반드시 찍어 스마트폰 앱에 등록해야 방문적중률 실적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분식업체인 '죠스떡볶이'도 태블릿PC와 업무차량의 GPS를 이용해 외근 직원들의 동선을 실시간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져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우 정규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보안 강화 등을 이유로 스마트폰 통제시스템을 설치하도록 해 반발을 샀다.
CCTV는 인권과 안전이 충돌하는 예민한 논란 지점이다.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어린이집 모습을 볼 수 있도록 IP CCTV 의무 설치 방안이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관련 법은 보육교사의 인권 침해 우려로 지난 10년 동안 네 차례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승객 안전은 물론 기사 보호를 위해 설치된 버스운전석 CCTV에 대해서도 운전기사는 "재채기나 하품, 코풀기 등까지 녹음 녹화되고 있다"며 인권위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스마트기기에 의한 노동 감시 관련 진정과 상담은 최근 2년 사이 해마다 200건을 넘은 실정이다.
고객 전화 상담을 맡은 보험사 직원은 20분마다 근무점검 팝업창이 뜨는 PC에 체크를 해야 했고 여성탈의실에까지 CCTV가 설치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 사례도 있었다.
인권위가 직장인 7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인터넷이나 메신저 내용을 회사 측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고 회사 밖을 나선 15%도 위치추적을 당한다는 불안을 호소했다.
인권위 박성훈 정보인권조사관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CCTV나 위치정보를 넘어 건강상태 등 바이오정보까지 수집해 근로자를 감시하는 건 범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디지털 기술은, 이제 인간과 기술의 주객 관계를 뒤바꿔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