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제 5형사부는 20일 오후 2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1심에서 36년 형을 선고받은 세월호 선장 이 씨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연다.
항소심 첫 재판은 공판 준비 기일로 원고와 피고 측이 사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신청의 절차를 협의하게 된다.
세월호 항소심 재판에서는 1심에서 이 선장에 대해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가 무죄가 난 것과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이 선장에 대해 '선장으로서의 승객 구조 의무를 다하지 못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서 사형을 구형했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선장이 승객에 대해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승무원에게 승객들의 퇴선 명령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에서도 검찰은 승객들에 대한 이 선장의 퇴선 명령 지시가 없었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이 선장 등이 배를 버리고 달아나면 '승객들이 숨질 수도 있다'는 정도의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망이라는 결과가 생겨도 어쩔 수 없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를 재차 입증하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심에서 이미 무죄 판결을 받은 이 선장의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2심 재판에서는 또, 1심에서 이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무죄를 내린 수난구호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인정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1심에서 이 선장이 맹골수도를 운항하는 데 있어서의 직접 지휘 의무는 인정하지 않은 것도 2심 재판에서 법리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선원법 제9조는 '선장은 선박이 항구를 출입할 때나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 또는 그 밖에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세월호가 기울어진 지점이 '좁은 수로'가 아닌 점, 조류 세기가 0.5노트에 불과했던 점 등에 비춰 '그 밖의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접 지휘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1일 세월호 이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유기치사·상 및 업무상 과실선박 매몰 혐의 등을 인정해 이 선장에게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기관장 박모(53) 씨에게는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 밖에 1등 항해사 강모(42) 씨와 2등 항해사 김모(46) 씨에게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이 선고됐으며 3등 항해사 박 모(25·여) 씨 등 3명은 징역 10년이 내려졌다.
견습 1등 항해사 신모(33) 씨는 징역 7년이, 그리고 나머지는 징역 5년이 각각 선고됐다.
검찰은 이 선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낮다며 항소했고 이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승무원 15명도 1심 선고 형량에 불복해 항소했다.
당시 재판을 지켜보던 유족들은 이 선장의 살인 혐의 무죄 등에 대해 '304명이 숨졌는데 이게 법이냐, 이게 대한민국이냐'며 선고 결과에 강하게 반발해 2심 선고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