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를 대표하는 두 '얼짱 가드'의 공연이었다. 홍아란(23 · 청주 국민은행)과 신지현(20 · 부천 하나외환)이 3쿼터 작전 타임 때 듀엣으로 '거위의 꿈'을 부르는 순서. 이미 지난 16일 둘의 노래 연습 때부터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각각 남부, 중부 선발팀으로 출전한 홍아란, 신지현은 1쿼터를 마친 뒤 코트를 빠져나왔다. 선수들이 열전을 펼치는 사이 공연 준비에 들어간 것.
3쿼터 첫 작전 타임 때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둘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각각 양 쪽 골대 뒷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면서 신지현이 먼저 입장했고, 홍아란이 뒤를 이었다.
평소 유니폼만 입은 모습만 봤던 팬들은 선수에서 여인으로 변신한 화사한 자태에 박수를 쏟아냈다. 이어 며칠 동안 각고의 연습을 거친 노래가 울려퍼지자 탄성은 더욱 커졌다. 공연의 절정에 이르자 홍아란은 "여러분 함께 해요"라는 깜짝 구호까지 외쳐 환호와 웃음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신지현도 10분을 뛰면서 4점 2리바운드 2도움을 올렸다. 경기 중 자신의 우상인 이경은(구리 KDB생명)의 멋진 비하인드 백패스를 받아 레이업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경기 후 둘은 색다른 경험에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실로 들어섰다. 홍아란은 "혹시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공연을 하고 난 다음 더 떨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지현도 "공연이 생각보다 짧았던 것 같다"면서 "첫 걸음걸이가 이상했지만 좋은 추억이 됐다"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홍아란은 애드리브에 대해 "물론 미리 짜 놓은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왜 관중석에서 빵 터졌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어 "이제 외모보다는 농구 실력으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