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도 변하지 않은 붙박이가 있다.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는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박주호(마인츠)다. 이들은 오만과 쿠웨이트, 호주를 상대한 조별예선 3경기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고,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출전 역사상 최초의 조별예선 무실점 전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는 대표팀 합류가 늦었던 기성용을 대신해 박주호와 한국영(카타르SC)이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기성용이 현지 적응을 마치자 한국영이 후보로 밀렸고, 기성용과 박주호의 활약이 워낙 견고한 탓에 한국영은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낸 이 둘의 체력적인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1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호주전을 앞두고 체력적인 어려움에 대해 논의했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호주전에 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기성용은 호주와 경기에서 주장 완장에 걸맞은 맹활약으로 1-0 승리를 이끈 것에 그치지 않고 최우수선수(MOM)까지 수상했다.
경기 전 호주 현지에서 아시안컵을 중계하는 TV채널인 ‘폭스4’는 기성용을 한국의 주요 선수로 꼽았다. 94%에 달하는 높은 패스 성공률을 최고 강점으로 분석하며 동료를 향한 날카로운 롱패스와 포백 수비에 앞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역할까지 갖춘 기성용을 호주 선수들이 경계해야 할 최대의 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호주는 결국 기성용을 막지 못했고, 조별예선 3연승이 좌절됐다.
박주호의 활약도 기성용 못지 않다. 비록 호주와 경기에서는 상대 선수와 충돌로 안면 부상을 당해 전반 41분 만에 한국영과 교체됐지만 박주호는 호주 선수들보다 열세인 체격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투적인 몸싸움을 아끼지 않았다. 기성용이 경기 전반을 이끄는 ‘리더’였다면, 박주호는 기성용의 빈자리를 찾아다니고 상대 공격수를 1차 저지하는 ‘살림꾼’ 역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도 주저하지 않고 박주호를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꼽는 이유다.
비록 이청용(볼턴)과 구자철(마인츠)이 각각 오른쪽 정강이 미세 골절과 오른쪽 팔꿈치 내측 인대 파열로 남은 아시안컵에 출전할 수 없게 됐지만 기성용과 박주호의 존재 덕분에 한국 축구는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성용은 “우리의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다. 8강에서 어느 팀을 만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누굴 만나도 자신이 있다”면서 “누가 경기에 나갈지 모르지만 우리는 누가 나가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