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자신이 발탁한 모든 선수를 고루 활용한다는 복안을 내놨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7일 호주와 조별예선 3차전까지 23명의 선수 가운데 골키퍼 정성룡(수원)을 제외한 22명을 활용했다.
두 차례 교체 출전한 한국영(카타르SC)을 제외하면 3경기에 선발 출전한 선수만 총 21명이다. 정성룡의 경우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수성 때문에 출전이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시험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21명을 선발 명단에 넣을 수밖에 없었던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상당한 고민의 결과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매 경기 중앙 수비 구성이 바뀌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부상과 선수단을 휩쓴 감기몸살 때문에 탓에 어떤 선수를 출전시켜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만과 조별예선 첫 경기(1-0 승)에서 '블루드래곤' 이청용(볼턴)이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오른쪽 정강이 미세 골절을 당해 중도 이탈한 것을 시작으로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감기몸살로 훈련에서 이탈했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와 경기에는 1차전과 비교해 7명이나 바뀐 선발 명단으로 고전한 끝에 1-0으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슈틸리케호'의 부상 악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비수 김주영(상하이 둥야)이 호주전을 앞둔 자체 훈련 도중 발목을 접질리기도 했다.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한 호주전에서도 부상은 계속됐다.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접전이 치러진 가운데 구자철과 박주호(마인츠)가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가격을 당해 각각 오른팔과 안면 부상을 당했다.
부상 당시 상당한 양의 코피를 쏟았던 박주호는 부상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자철은 18일 브리즈번의 한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을 예정이다. 조별예선 3승으로 기분 좋게 8강에 진출해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서고도 슈틸리케 감독이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목표했던, 그리고 가져온 호주전의 승리는 단순히 한 경기 이상의 결과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승리를 향한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면서 "이런 모습이라면 우승도 문제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우승까지 남은 3승을 위해서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