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치권을 달군 여권 수뇌부의 권력투쟁은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집력이 약해 당내에서조차 모래알로 불리던 친박계가 지난 연말부터 강한 응집력을 보이며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주류 세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수첩파문은 외형상으로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 등 여권 주니어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빚은 헤프닝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본질은 당청의 불신과 대립, 갈등의 표면화다.
음종환 행정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문건유출 파동의 배후로 거론한 것을 음 행정관 만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그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선대위 홍보위원회 산하 팀장으로 활동해왔고 이정현, 권영세 의원의 보좌관을 거쳤으며 청와대 비서관 3인방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동지적 관계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데 전면에 나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정권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 정치권 안팎에는 청와대 내부의 당 주류에 대한 일반적인 정서가 ‘문건배후 발언’에 실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면직된 음 행정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민감한 권력관계로 까지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음종환 행정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반박(反朴) 움직임을 보여온 당내 인사들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던 정황도 있다. 즉 김무성 유승민 배후설이 퍼져 있었다는 얘기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전을 진두지휘했지만 이명박정부 당시 다른 길을 걸었던 탓에 친박 핵심부와는 물과 기름 처럼 겉도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특히 지난해 당권을 쥔 뒤 개헌봇물 발언을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거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데다 친박계가 ‘배제 대상 1호’로 낙인찍은 박세일 전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하려 하는 한편, 조직위원장 인선에서도 독주(?)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친박계가 뭉치기 시작했다.
친박계는 청와대 회동과 연말모임 등 잇따른 세과시 회동을 가지며 “대표직에 임기가 있느냐”는 등 김무성 대표를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강하게 견제했다. 당내부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당의 구심점으로 작용하며 다수 현역의원들이 김무성 대표 쪽으로 결집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시그널이 전해지자 김무성 대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대신 친박과의 화해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김 대표에게서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음종환 행정관의 발언도 연장선상에 해석되고 있는 형편이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15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첩파동에 대해 “당청간에 불신의 벽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청와대 행정관이면 청와대 내에서는 주요 의사결정구조를 알 수 있는 핵심정보를 알 수 있는 그런 위치까지는 아니지만 행정관까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건 당청관계가 얼마나 불안한 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는 엎드리고 무던하게 대통령을 잘 모시려고 하지만 (친박계가)진정성을 믿지를 않으니까 이런 일이 발생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보다는 경제에 방점을 찍고 박세일 위원장 임명을 보류하는 등 친박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 친박간 대립과 불신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