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위한 이런 직업 선택의 기준은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은 화들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시골 명문학교인 거창고등학교는 이런 직업십계명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거창고 직업십계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월급이 적은 쪽으로 택하라"와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등 보통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로 가득하다.
직업선택의 십계는 전영창 교장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철학을 거창고 교사 전성은과 도재원이 열가지 계명의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법칙'과 '원칙'이라기 보다는 '철학'이자 '질문'이다.
'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의 저자 강현정은 휴먼 다큐멘터리를 쓰듯 직업십계명을 꼬박 3년간 취재했다. 전성은 선생의 구슬이 길잡이가 됐다.
강현정은 거창고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거창고 졸업생을 찾아 인터뷰했고 일본까지 건너가기도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이 책을 마무리한 뒤 "내 가치관도 변했고 이를 통해 '사춘기 아이들의 인성과 성적이 향상됐다"고 고백한다.
이어 "자녀에게 단 한 사람만이라도 진정으로 섬기겠다는 사랑을 심어주고 자율을 존중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시골 학교를 지망해 가난한 아이들의 뒤를 봐주는 교사와 멸종위기 호랑이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노숙을 마다않는 PD, 은행을 떠나 직업을 바꾼 문화재 복원가, 이론에서 '종군위안부' 영화를 상영한 시민운동가이자 교수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또 거창고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며 명문대 진학 실적이 뛰어난 비결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