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유독 비싸게 팔리는가? 여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보도자료에도 언론 보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품목마다 다양한 배경과 이유들이 있겠지만 통상 우리나라 특히 서울에서 비싸게 팔려 우리가 봉이 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유통구조가 복잡다단해 단계별 마진이 얹어지다보니 비싼 경우.
2. 각종 규제에 의해 국내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형성되지 않아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우.
3. 파견사원제, 반품제도 등 과다한 비용상승 요인이 존재하는 경우.
4. 국내 판매점의 임대료나 인건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경우.
5.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굳이 따지면서 가격에 관계없이 잘 팔리는 가격탄력도 저하의 문제.
6. 특정 해외브랜드가 독점 수입되는 경우.
이번 조사 보고서에 언급된 품목들의 경우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1.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
조사된 내용은 톨 사이즈 기준으로 서울 4천100원, 파리 4천23원, 도쿄 3천633원, 암스테르담 3천614원 ... 세계 1위이다. 본사가 있는 미국은 2,000에 못 미친다.
2008년에 조사된 자료상에는 세계 주요 도시 중 서울이 4위였다. 2010년에 세계 3위가 됐고, 드디어 1위에 올랐다. 기분 나쁘다. 물론 로열티 내야하고 매장 임대료가 비싸고 인건비가 비싸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치면 일본 도쿄는 왜 우리보다 싼 걸까? 다른 무언가가 있다. 물론 최대 이익을 올리기 위해 가능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경영전략상의 가격책정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탄력도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비탄력적이다. 스타벅스가 아무리 비싸게 팔아도 기피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고 줄기차게 가서 이용하는 사람이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많은 것이다.
심리학적으로는 립스틱 효과도 작용한다.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져 비싼 명품을 살 수 없으면 대신 가격이 낮은 외제 브랜드라도 자주 구입하면서 그 허함을 채운다는 이론이다. 그 가격 낮은 대체용 외제 브랜드가 립스틱과 커피라고 볼 수 있다. 점심 식사비만큼 비싸도 별다방 한 잔 때려줘야 ... 라는 근거 없는 관념이 비싼 값을 유지하는 동력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선 보고서 내용은 칠레산 와인 몬테스알파 까베르네쇼비뇽을 기준으로 서울이 가장 비싸다. 서울은 4만3천원인데 타이베이 3만9천410원, 베이징 2만7천507원, 도쿄 2만3천525원, 시드니 2만2천258원 등.
2007년 가격 조사 때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쌌으나 드디어 이것도 세계 1위가 되었다. 미국.영국은 우리 절반 수준, 독일은 더 낮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자료를 분석하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수입와인의 평균가격은 세후 7천6백 원(레드) 9천1백 원(화이트) 쯤 된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팔리는 가격은 6만8천5백 원, 5만4천 원이다. 수입원가에 6배 이상 비싸다.
이렇게 값이 올라가는 주된 이유는 특정 와인은 특정 업체만 수입해 들여오는 독점구조 때문이다. 결국 무관세 혜택은 수입업자에게 돌아가지 소비자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유통구조도 낙후되어 있다. 현행법상 수입·도매·소매사업자가 분리돼 있다. 수입사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없다. 소매사도 직접 와인을 수입할 수 없다. 반드시 3단계를 거쳐 사다 팔게 되니 중간 마진이 덕지덕지 붙는다. 유통업체가 챙기는 수수료도 비싸다. 백화점에서 팔려면 20% 수수료가 들어간다. 백화점에 배치한 직원 인건비도 들어간다.
우리나라 술에 붙는 세금 구조도 국민만 봉이다. 수입 술에 세금을 붙일 때 술값에 붙이지 않고 술을 배로 실어오는 운임보험료 포함된 가격에 세금을 매긴다. 물론 환율도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원가도 오르지만 오른 값만큼 다시 세금이 붙으니 술값은 더 오른다.
탄산수는 같은 제품이 세계 2위 수준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국내 외제 생수 시장이 크지 않아 수입사들이 컨테이너 1대에 싣고 와 1달 정도 팔고 또 들여오고 하다 보니 물류비용이 높아진다. 1년 치 물량을 한꺼번에 들여온다면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이건 와인도 비슷하다. 여러 종류의 와인을 조금씩 사오다 보니 물류비용이 증가한다.
이건 판매 과정상의 이유이고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다. 수입산 탄산수 음료의 수입 원가는 판매가격의 1/10 수준이다. 페리에 플레인의 경우 통관금액은 100ml 기준 135원 정도이다. 매장에서 파는 건 330ml니까 430~450원이 수입원가이다. 그러나 수입 탄산수는 커피숍에서 사면 3300원 ~ 3500원 ~ 4천원까지 올라간다. 이건 바가지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수입 탄산수가 몸에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국내산 제품과 고가의 수입 탄산수의 최고 가격 차이가 150배 이상 난 적도 있다고 한다.
수입 아닌 국내산을 소비하는데 쇠고기, 돼지고기를 비싸게 사먹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국내산 등심과 삼겹살 가격이 세계 1위이고 수입 등심도 3위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건 유통구조 때문이다. 국내산은 무려 7단계를 거치기도 한다.
농가 - 산지 수집상 - 우시장 - 중도매상 - 도축해체 - 가공업자 - 수집상 - 정육점 - 소비자
그밖에도 유아복이나 해외 가전용품 중에서도 국내와 해외의 가격차가 큰 제품들이 많다. 유아복의 경우 국내 브랜드인 경우 소비자 가격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백화점 수수료다. 백화점 수수료와 백화점 내 판매 직원 수수료가 51%. 옷값은 판매가격의 1/4 정도이다. 해외 수입 브랜드 유아복은 로열티 (제조원가의 2~10%), 수입관세, 물류비(수입관세 물류비를 합치면 수입원가의 20%) 한국 지점이 먹고 살아야 하니 중간 유통업체 마진 및 일반 관리비, 백화점에서 판다면 여기에 다시 백화점 수수료 백화점 인건비가 들어간다. 이를 죄다 합치면 엄청 비싸지는 것.
살펴본 대로 국내와 해외의 가격차는 이렇게 발생한다. 결국 그 간격을 좁히는 방법은 정부도 기업도 수입업자도 다수소비자의 구매력이 바닥나지 않도록 각종 소비자 물가가 합리적으로 유지되게 협력하는 것이다. 기업이 단기적 이익만 노릴게 아니라 국내 소비시장을 함께 지켜나가야 하는데 이 컨트롤은 정부가 맡아 업계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정부가 정책부터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 유연해져 업계와 소비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수입업자는 비용절감을 노력해 그것을 소비자에게 돌려야 하는데 개발수입을 늘리고 직매입을 통해 수입가격을 낮추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바탕은 깐깐한 소비자이다. 동일한 물건, 적정한 수준의 물건을 더 합리적 가격에 사려 노력하고 부당한 가격은 거부해야 가격은 내려간다. ‘왜 비싼가?’라는 항의에 그치지 말고 ‘왜 비싸도 사려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며 소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