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 김성완> '청와대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적힌 내용인데요. 어제 새누리당 내에서 이 수첩 속 이니셜이 누구인지 숨바꼭질이 이어졌습니다. '김무성은 사진찍히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정치인들이 수첩을 많이 애용 하나 봅니다.
◆ 김성완> 메모광인 의원들도 상당히 많이 있는데요. 김무성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많이 알려져 있긴 한데요.
◇ 박재홍> 그런데 K, Y. 정작 본인의 수첩 속에 있는 이니셜이 본인 자신과 유승민 의원이었다잖아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이게 굉장히 황당한 스토리인데요. 한 인터넷 언론이 김 대표 수첩을 사진으로 찍은 게 엊그제 오후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사 쓰는 준비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걸렸고 기사로 전송한 게 이날 밤 9시가 넘어서였어요. 그러니까 어제 아침부터, 어제 식전 댓바람부터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기 시작을 했는데요. K와 Y가 누구냐. 이걸 누군지 찾아내라. 이래서 언론사에서도 정치부 기자를 총동원해서 이니셜이 누구인지 취재를 했고요. 심지어는 청와대 수석 이상급 인사가 이 K와 Y로 시작하는 이니셜을 누가 쓰고 있는지 명단을 다 뒤졌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들이. 그런데 아무도 일치하는 사람이 안 나왔어요. 그리고 야당에서는 K와 Y의 배후를 밝히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특검을 하자, 이렇게 주장까지 했는데 알고 봤더니 정작 수첩을 뒤적거린 사람이 바로 K, 김무성 대표였더라. Y는 유승민 의원이었더라. 뭐 이렇게 얘기가 된 겁니다.
◆ 김성완> 맞습니다.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확인이 됐고요. 또 음 행정관의 발언을 김 대표에게 전달을 한 사람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라는 사실도 확인이 됐습니다. 김 대표 수첩에는 문제의 발언과 함께 4명의 실명의 이름이 등장을 하는데요. 두 사람 외에 손수조 부산사상방역위원장과 이동빈 청와대 행정관, 이렇게 등장을 합니다. 4명이 원래 알던 사이였다고 그래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원래 정치활동을 그때부터 했으니까. 지난해 연말모임 성격으로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 인근에서 저녁모임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 자리에서 음 행정관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 박재홍> 4명이 함께 자리를 한 겁니까, 그러면?
◆ 김성완> 원래는 6명이 함께였다고 하는데 이중에 확실하게 드러난 사람이 4명이고요.
◇ 박재홍> 드러난 건 4명이다.
◆ 김성완> 이준석 전 비대 위원이 음 행정관이 그런 말을 하니까 무슨 근거로 그런 배후를 지목하느냐,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이준석 전 비대 위원의 주장입니다. 조응천 비서관이나 박관천 경정 중 한 명이 '다음 총선에서 대구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유승민 의원에게 줄을 대려고 한다.' 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리를 하자면 양천이라고 불리는 사람과 유 의원 그리고 유 의원을 원내 대표로 믿는 김 대표가 모종의 어떤 작전이든 뭐든 꾸며서 문건파동의 판을 키웠다, 이렇게 해석되는 발언인 겁니다. 음 행정관은 지금 이 발언을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데요. '공천 얘기까지는 했지만 배후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 발언의 당사자가 거물급 인사도 아니고 청와대 행정관이면 그냥 술자리에서 실언을 했을 수도 있고, 일종의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김성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상황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실은.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의원 모두 겉으로는 '황당한 얘기다,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 이렇게 지금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의 행간을 읽으면 사건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발언의 당사자인 음종환 행정관부터 좀 해석을 해 보면요. 음종환이라는 이름이 뭔가 좀 낯익지 않으세요?
◇ 박재홍> 십상시 멤버로 지목됐던 사람 중에 하나이지 않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십상시 멤버로 지목됐던 바로 그 인물 중의 하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신이라고 불렸던 이정현 의원의 비서관 출신이기도 하고요. 지난 대선 당시에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맡았습니다. 지금도 홍보기획비서관실에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사람이 과연 아무런 근거없이 술기운에 이런 말을 내뱉었을까. 그러니까 배후라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 누군가가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조작해서 거짓말로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 취중진담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말이 있듯이 마음 속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고요. 문건파동 이후에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의 어떤 소극적인 대처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이런 얘기는 계속 흘러나왔잖아요. 여기서 나아가서 김 대표가 혹시 판을 좀 만들어가는 건 아닐까, 일종의 배후 같은 느낌으로 청와대는 인식하지 않았을까,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이런 의심이 드는 대목인 거죠.
◇ 박재홍> 그리고 또 십상시 멤버들은 본인들이 문건에 나오기 때문에 배후가 누굴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을 거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 박재홍>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해프닝이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 김성완>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의 시각으로 한번 사건을 해석해 볼까요? 왜 행간 제목을 '김무성 대표는 사진 찍히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그 설명이 될 것 같기도 한데요.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대표의 자리가 어디인지 혹시 아세요? TV 화면을 보면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도 맨 뒷자리에 이렇게 앉아 있는 장면이 아마 기억나실 거예요.
◇ 박재홍> 고참들은 뒤에 앉나보네요.
◆ 김성완> 주로 고참들은 뒤에 앉습니다. (웃음) 당지도부라든가 이런 의원들을 보면, 본회의장 여당석 맨 뒤쪽 자리에 앉거든요. 이 말은 뒤집어놓고 생각하면 방청석하고 굉장히 가깝다는 얘기예요.
◇ 박재홍> 사진 찍히기 좋은 자리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기자들이 바로 방청석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거든요. 그러니까 휴대폰으로 누드사진을 보다가 들킨다거나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의원들이 휴대폰 꺼내기만 해도 기자들이 바로 위에서 망원렌즈로 찰칵찰칵 하는 소리가 막 들려요. 그 정도 자리에 김무성 대표가 앉아서 수첩을 꺼냈는데 기자들이 찍을 거라고 과연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거죠.
◇ 박재홍> 알 수도 있었을 것이다.
◆ 김성완> 그러니까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것을 알고 수첩을 꺼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는 겁니다.
◇ 박재홍> 그렇지만 그건 사실확인은 안된거고요. 또 김무성 대표는 사진 찍는 건 옳지 않다, 이렇게 이미 밝혔으니까요. 이건 김성완 씨 추측이다, 이렇게 전제하고 듣겠습니다.
◆ 김성완> 물론 제 추측이기는 합니다마는 이외에 또 추측의 근거가 되는 것은 김무성 대표 보좌관도 그렇지만 김무성 대표가 원래 메모광이 아니라잖아요. 수첩도 안 들고 다닌다잖아요. 그날 유독 수첩을 들고, 들고 있는 수첩을 펼쳐 보이는 것은 뭐냐 이런 건데요. 지난해 연말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 중진들과 청와대로 모여서 식사를 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이후에 김 대표의 입지가 굉장히 축소가 되어 있는데 김 대표가 일종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이러면서 뭔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 박재홍> 오늘 신년기자회견을 한다는데 또 들어보겠습니다.
◆ 김성완> 앞으로 새누리당 내부, 잘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김성완 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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