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스와 11년 전 '우승 청부사' 바셋의 추억

'형, 저에게 기운 좀 주세요' 삼성에서 오리온스로 이적한 리오 라이온스가 13일 친정팀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왼쪽)과 2004년 KCC로 이적해 우승을 이끈 R.F. 바셋.(자료사진=KBL)
리오 라이온스(206cm · 고양 오리온스)는 11년 전 '우승 청부사' R.F. 바셋(202cm · 전 전주 KCC)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2일 프로농구(KBL)에는 대형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서울 삼성이 라이온스와 방경수를 오리온스에 내주고 찰스 가르시아와 이호현을 받는 내용이었다.

핵심은 라이온스의 이적이다. 리그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온스는 올 시즌 1순위 외국인 선수다. 전반기까지 득점 2위(21.4점), 리바운드 1위(10.9개), 3점슛 성공 1위(2개, 이상 경기당 기록)를 달렸다.


오리온스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기존 트로이 길렌워터(199cm)까지 특급 용병 라인을 갖추게 됐다. 길렌워터는 올 시즌 득점 1위(22.4점)를 달리고 있다. KBL 사상 첫 득점 1, 2위 선수가 뭉친 것이다.

오리온스의 승부수다. 오리온스는 올 시즌 개막 8연승을 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연승을 주도했던 길렌워터에 각 팀들이 대비책을 들고 나오면서 주춤했다. 전반기를 18승16패, 5할 승률을 간신히 넘기며 5위로 마감했다. 후반기 대반격을 위한 비장의 카드가 라이온스인 셈이다.

▲KCC 우승, 모비스 양동근 영입 '윈-윈'

이번 트레이드는 11년 전 KBL을 강타했던 대형 이적 사건을 연상시킨다. 2004년 1월 바셋의 KCC행이다. 우승을 향한 KCC의 집념이 이뤄낸 승부수였고, 2003-0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당시 KCC는 김주성이 버틴 원주 동부를 넘기 위해 바셋을 야심차게 데려왔다. 당시 모비스에서 뛰던 바셋은 평균 22.8점 10.3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정상급 빅맨이었다. 그리고 11.3점 9.8리바운드를 기록하던 무스타파 호프를 내줬다. 결국 KCC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지만 1위 동부를 챔피언결정전에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모비스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KCC에서 받은 신인 1라운드 지명권으로 영입한 가드 양동근(34)으로 지금까지 KBL 최정상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해당 시즌의 최하위 수모를 견디고 10년 이상을 책임질 재목을 건진 것이다.

당시 이적은 '임대' 형식을 빌리는 등 당시 규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어쨌든 이적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상위권 팀은 우승을, 하위권 팀은 미래를 선택했고, 윈-윈을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모비스 벤슨, LG 김시래 사례도

'우리도 윈윈 사례로 남을까' 지난 2012-2013시즌 도중 LG에서 모비스로 와 우승을 견인한 로드 벤슨(왼쪽)과 시즌 뒤 LG로 이적한 김시래.(자료사진=KBL)
이런 사례는 2012-2013시즌에도 있었다. 모비스가 창원 LG로부터 정상급 빅맨 로드 벤슨을 받고 커티스 위더스를 내준 트레이드였다. 무게감이 맞지 않는 카드였다.

이후 모비스는 서울 SK를 넘어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결실을 맺었다. LG는 시즌 뒤 가드 김시래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 청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김시래는 군 문제가 남아 있지만 향후에도 LG를 이끌 민완 가드로 꼽힌다.

라이온스 역시 마찬가지다. 오리온스는 당장 올 시즌 우승이 급했고, 삼성은 리빌딩이 절실한 상황. 삼성은 당장 팀 에이스를 내줬으나 가능성이 있는 가드 이호현을 데려왔다. 여기에는 신인 지명권 양도 등 발표되지 않은 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과연 라이온스가 제 2의 바셋, 벤슨이 될 수 있을까. 일단 라이온스는 14일 SK와 원정에서 오리온스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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