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계약기간이 2년인 드라마 '미생' 속 주인공 장그래보다 못한 처지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1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처음 가진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던 만 15∼29세 청년은 76만1천명이었다. 전체 청년 취업자의 19.5%를 차지한다.
첫 직장이 1년 이하 계약직인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13년의 21.2%보다는 소폭 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 비중은 2008년 11.2%였으나 2009년 12.4%, 2010년 16.3%, 2011년 20.2%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1년부터는 4년째 2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정규직 일자리가 단기 계약직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청년층의 불안한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1년을 넘는 일자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08년 6.4%에서 지난해 3.1%로 반 토막이 났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만둬야 하거나, 일시적으로만 일할 수 있는 곳을 첫 직장으로 잡은 청년 비중은 34.8%에 이르렀다. 청년 취업자 3명 중 1명이 고용이 불안정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근로 여건이 좋지 않을뿐 아니라 취업도 어렵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늘면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계약기간이 따로 없이 계속해서 근무 가능한 직장에 취업한 청년은 지난해 242만명으로 전체 청년 취업자의 62.1%였다.
이렇게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청년 비중은 2013년의 60.5%보다 늘었으나, 2008년(63.2%)보다 여전히 낮다.
첫 일자리가 비정규직이더라도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직장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점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청년은 2년마다 직장을 옳기며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아예 실업상태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1%에 그쳤다. 계속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이 69.4%, 아예 실업 상태로 떨어지는 비율은 19.5%였다.
비정규직이 3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4%로 다소 높아지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머무는 비율이 50.9%에 달했다. 나머지 26.7%는 실업자가 된다.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청년층의 평균 근속기간은 감소하고, 이직 경험은 늘어나는 추세다.
2004년만 해도 청년층은 첫 일자리에서 평균 21.4개월 일했으나 작년에는 18.8개월로 2.6개월 줄었다. 첫 직장 근속기간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감소했다.
이직 경험이 있는 청년 47.0%는 근로여건이 불만족스러워서 첫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0년 전인 2004년만 해도 39.4% 수준이었다.
계약기간이 끝나서 이직했다는 청년은 10.0%로 2004년(5.3%)의 두 배로 늘었다.
김두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첫 일자리는 앞으로 사회활동의 기준점이 되는데다 업무능력 습득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비정규직이 괜찮은 일자리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