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130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사망자 가운데 첫 발인이 이날 치러졌다.
운구차량이 장례식장 출입구 앞에 주차한 뒤 트렁크를 열고 기다렸다. 얼마 후, 통곡하는 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회색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윤모(29.여) 씨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고 나왔다. 영정사진에는 윤 씨가 하얀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뒤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윤 씨의 관을 운구차량으로 옮겼다. 윤 씨의 가족과 친척, 지인 등 20여명이 울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던 윤 씨의 어머니 곽모(53) 씨는 오열했다. 곽 씨는 딸의 관에 매달리며 줄곧 외쳤다.
"우리 딸 얼굴 한 번만 좀 보여줘. 제발 한 번만…"
곽 씨를 말리던 남편과 윤 씨의 오빠는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예정된 출발 시간이 한참을 지난 뒤에야 운구차량은 트렁크를 닫고 서울시립승화원으로 떠났다.
숨진 윤 씨는 결혼을 불과 두 달 앞둔 예비 신부라는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화재 당시 병원으로 옮겨졌던 윤씨는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화상 정도가 심각했던 윤 씨는 한동안 신원 미상의 여성으로 사망자 명단에 올랐다.
이를 윤 씨로 생각하지 못했던 가족들은 애를 태우며 다른 병원들만 찾아 다녔다. 그러나 윤 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다.
윤 씨의 부모는 친척들의 만류로 윤 씨의 시신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화재의 또 다른 사망자인 이모(44) 씨 등 3명의 발인이 오는 14일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