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화재로 망연자실했던 서울 강남의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또다시 울분에 휩싸였습니다.
화재 때 전소됐다가 임시로 복원된 임마누엘순복음교회 예배처소와 무료급식시설이 관할구청으로부터 강제 철거를 당했기 때문인데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송주열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12일 새벽 5시경, 강남구청이 고용한 용역 50여 명과 포크레인 2대가 구룡마을 자치회관 뒤편에 있던 예배처소와 급식시설을 철거해버렸습니다.
곳곳에 널려있는 예배도구와 집기들이 마치 포탄이라도 맞은 듯합니다.
무료 급식을 위해 준비해놓은 쌀과 생선 등 식재료들이 파편처럼 땅에 박혀 나뒹굴고 있습니다.
[스탠딩] 송주열 / 기자
“포크레인이 짓밟은 이곳은 참담합니다. 보시는 바 와같이 찢겨진 성경책과 널 부러져있는 주방 기기만이 이곳이 교회와 급식시설이 있던 곳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철거된 시설물들은 지난해 11월 9일 구룡마을 화재로 예배시설이 전소됐던 임마누엘순복음교회가 예배 처소와 무료 급식시설을 임시로 복원한 것입니다.
하지만, 구청은 이 시설을 불법시설물로 간주하고 모조리 철거해버렸습니다.
지난 25년동안 빈민선교활동을 펼치며, 구룡마을 주민들과 동고동락했던 교회는 화재에 이은 강제철거로 인해 존립조차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병주 목사 / 임마누엘순복음교회
“이런 무료급식소까지 강남구청에서 포크레인과 사람을 동원해서 무자비하게 초토화 시켰다는데서 억장이 무너지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교인들이나 마을주민들 역시 화재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의한 강제 철거에 분통을 터트립니다.
[인터뷰] 나인수 집사 / 임마누엘순복음교회
“여기 이곳마저 또 이렇게 와서 두 번째 이러니..뭐 어떻게하라는 거에요. 우리는 이제 기도할 것도 없어요 이제..”
[인터뷰] 구룡마을 주민
“정말 이거는 너무하잖아요 갑자기 말도없이와서 이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에요.”
이에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룡마을에 대한 공영개발 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무허가 건물이 생기는 것을 막자는 차원에서 철거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강남구청 관계자
“구룡마을이 사실 전체가 다 무허가라고 보면 되는데 더 늘어나면 안되잖아요.”
(기자) 구룡마을에는 주민 몇분 정도 계시죠?
(구청 관계자) 1,100가구 정도되든가
(기자) 그분들 다 철거되게 생겼네요? 올해는?
(구청 관계자) 지금 신발생 억제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합법적인 공권력이라고는 하지만, 엄동설한에 강제철거을 당한 주민들은 생존권 위협을, 또 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CBS뉴스 송주열입니다.
[영상취재] 최현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