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김기춘 3인방 '무한신뢰'…정국 정면돌파

1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연말연초 정국을 뒤흔들었던 비선, 측근의 국정개입의혹에 대해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측근 3인방에 대한 인적쇄신요구를 일축하며 정국 정면돌파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와 측근의 국정개입의혹에 대해 "검찰수사에서 모두 허위고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체부 인사도 터무니없이 조작된 얘기"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언론과 야당 등을 통해 제기된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의혹의 중심에 서 있던 측근들에 대해서는 '감싸기 발언'으로 일관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정말 보기 드물게 사심없는 분"으로 평가하면서 당면현안이 수습된 뒤 사의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등 측근 비서관 3인방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재신임의사를 분명히했다.


"정윤회 씨는 실세는 커녕 국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문체부 인사는 터무니없이 조작된 얘기다"며 누군가에 의한 이간질 정도로 치부했고 "의혹만 갖고 특검을 할 수는 없다"며 야당의 특검도입요구도 일축했다.

대통령의 정국인식은 일방적이고 국민생각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해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만 봐도 국정개입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믿기 어렵다는 답변이 50%를 넘고,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의혹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며 회견을 혹평했다. 새정치연합은 총체적인 사과 표명은 고사하고 모든 것을 사실무근으로 치부해 버렸다고 비판했고 정의당 역시 '불통'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 박 대통령 마이웨이 고수하며 정면돌파 선택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 조차 국정농단과 관련해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모든 것을 의혹으로 치부하고 나서 이날 회견을 두고 박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고수하며 경색정국 정면돌파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집권 1년차에는 '인사'에 발목 잡히고 2년차에는 '세월호 참사'란 복병을 만나 각종 개혁과제나 경제살리기 등 주요 국정과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해라고 할 수 있는 올해를 놓쳐선 안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할일이 태산이다. 세월호 참사가 가까스로 해결된 지난해 연말에야 공무원연금 개혁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서민생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남북관계도 좀처럼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경제성적표는 더욱 우울하다. 정부가 재정과 세금정책, 규제개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2015년 3% 후반대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여전히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식 장기불황이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국정을 제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과 구심력이 필요하고 연장선상에서 강공책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운영의 변화가 기대됐지만 그 단초 조차 일축해 버려서 실망스러운 회견이었다"며 "여야관계는 더욱 냉각되고 지지율도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을 도외시한 채 다분히 일방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온 것은 무기력한 야당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즉 강공책으로 나거더라도 야당의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최창렬 교수는 "청와대가 마이웨이로 가더라도 야당의 무력한 대응 때문에 정국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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