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가디언과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말리 출신의 무슬림 점원 라싸나 바실리(24)는 9일(현지시간) 파리 동부 유대인 식료품점 '하이퍼 코셔'에 무장괴한이 들이닥치자 도망치던 유대인 손님 15명 정도를 지하 냉장실로 안내했다.
전등도, 냉장실 전원도 끈 바실리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당부한 뒤 건물 구조를 잘 알고 있던 덕분에 물품용 승강기를 타고 몰래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바실리를 테러공범으로 여기고 수갑을 채우고는 한 시간 반을 붙잡아뒀다고 바실리는 전했다. 공범이 아니라는 게 확인되고 나서야 바실리는 건물의 구조와 손님들이 숨은 곳의 위치를 경찰에 알려줄 수 있었다.
경찰의 진압작전 후 밖으로 뛰쳐나온 손님들은 바실리의 손을 잡으며 목숨을 구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바실리에게 테러리즘에 맞선 영웅이라는 칭송이 잇따르고 있다. 바실리의 페이스북도 찬사로 가득찼다.
그러나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손님들이 지하 냉장실에 숨고 10분쯤 지난 뒤 테러범 아메디 쿨리발리(32)의 명령을 받은 여성 계산원이 건물을 돌며 '다 위층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죽인다고 한다'고 외쳤다.
손님 일부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몇몇은 발각될까 두려워 위층으로 올라갔다.
미셸로 알려진 한 손님은 "인질로 잡힌 남성 한 명은 괴한이 계산대에 놓아둔 총을 탈취하려 했지만 총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 남성은 결국 그 자리에서 괴한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테러범과 마주하고도 용기와 기지를 발휘한 시민은 또 있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후 도주한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가 무장한 채 파리 근교 담마르탱의 인쇄공장에 접근하자 사장 미셸 카탈라노는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함께 있던 직원에게 숨도록 했다.
직원은 쿠아치 형제의 눈에 띄지 않고 싱크대에 숨어 휴대전화로 내부 상황을 경찰에 알렸고 인질로 잡힌 카탈라노도 한 시간 뒤 풀려났다.
카탈라노는 "형제에게 커피를 끓여줬다"면서 "형제가 침착했고 나를 해칠 것이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