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건축 규제완화가 화 키웠다(종합)

좁은 건물 간격 · 인화성 외벽 · 스프링클러 미설치 원인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의 불이 순식간에 옆 건물까지 퍼지면서 피해는 급격히 확산됐다.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9시 27분이다. 소방당국은 6분 뒤인 33분에 도착했지만 차량 진입로가 좁아 소방차량 진입부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뒷편에는 지하철 1호선 선로가 있어서 접근이 쉽지 않았다.

CCTV 확인 결과 불은 해당 아파트 지상 1층 주차장의 우편함 인근에 세워둔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은 바람을 타고 옆 건물(드림타운, 해뜨는 마을)과 상가 등으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1층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들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차량을 태운 막대한 연기가 건물을 통해 상층부로 빠르게 확산됐다. 또 10층 15층 높이의 건물에 각기 출입구는 하나뿐이었는·데, 통로를 연기가 가득 채우면서 주민들은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난 건물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건물과 건물 간 거리가 가까워 불이 빠르게 번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시절 전·월셋집 공급을 늘리고 소규모 가구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명목으로 건물 간 간격 규제를 완화한 도시형 생활주택(주거용 오피스텔)을 허가했다.

아파트의 경우 건물 간 간격을 6m 이상 둬야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대폭 완화된 '1m 이상' 기준이 적용된다. 실제로 불이 난 세 건물의 도면상 간격은 1.5~1.7m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이 연통역할을 하면서 연기와 불길이 곧장 위로 치솟으면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파트 주민 김모(25) 씨는 "옆 건물과 거리가 불과 1미터 정도 될까 말까다"라며 "건물이 붙어 있다 보니 불이 빠르게 번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난 건물이 불에 취약한 스티로폼 소재를 사용하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외벽을 마감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시공이 쉽고 간편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화재 등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도 화재를 키운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불이 난 ‘대봉그린 아파트’뿐 아니라 옆 건물인 ‘드림타운’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들 건물은 11층 미만의 건물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이 아니라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1층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의 경우에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불이 처음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은 모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다.

인명 구조를 위해 동원된 소방 헬기가 바람을 일으켜 불이 확산됐다는 진술도 나오고 있다.

주민 정모(22)씨는 “동원된 소방 헬기에 의해 오히려 불이 옆 건물로 빠르게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석원 의정부 소방서장은 "헬기는 옥상에 있는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라면서 "인명 구조가 물적 피해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헬기를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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