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은 화재 현장의 악몽같은 기억마저 뱉어내려는 듯 연신 밭은기침을 해댔다.
부상한 이들로부터 떨어진 병원 주차장에는, 이번 사고로 딸 한모(26) 씨를 잃은 아버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질 때면 승용차 안에서 울고 있는 아내가 볼까 고개를 돌린다.
"뉴스에 나오는 화재가 딸의 집에서 일어난 것 같다".
이날 오전 갑작스런 아내의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딸은 이미 숨진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취업난 속에 웹디자이너로 취직했다는 딸이 고향인 양주를 떠나 자취생활을 시작한 때가 지난해 5월이다.
넉넉치 않은 집안형편을 알고 박봉을 쪼개 학자금대출부터 차근차근 갚던 딸이다.
한 씨는 "딸은 내가 힘들 때면 먼저 '술 한잔이라도 해요'라며 손을 잡고 위로해줄 정도로 애교가 많았다"며 "소방시설이 어떻게 됐길래 젊고 건강한 내 딸이 대피조차 하지 못할 만큼 불이 번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다보니 부검을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해 빈소조차 차리지 못했다.
차가운 영안실에 딸을 보낸 뒤에도 친척들에게 알릴 경황이 없다.
한 씨는 병원을 찾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병용 의정부시장에게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는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고,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며 "소방서든 경찰서든 뭐든 우리에게 상황 설명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이어 "우리 딸을 어떡하느냐, 저렇게 (영안실에) 그대로 놔둬야겠느냐"고 호소하던 한 씨는 "불길이 확 올라오는데, 어휴…"라고는 의자에 주저앉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추병원에는 숨진 한 씨 외에 20명의 화재 사고 피해자들이 이송됐고, 조모(33) 씨는 허리에 중상을 입어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