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이 넷을 키우고 있다는 A(39) 씨는 검게 그을린 건물을 보며 바라보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9시 30분쯤 경보음에 잠을 깬 A 씨는 29개월된 아이를 안고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챙겨 뛰쳐나왔다. 급히 외투만 걸친 채 뛰어나오느라 맨발에 신발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A 씨는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기저귀도 놔두고 지갑도 다 두고 나왔다"면서 "추운데 갈 곳도 없어 큰 일"이라고 울먹였다.
여성 가장인 A 씨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애들하고 여태 버텨왔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휴일 오전 이른 시간, 휴식을 취하거나 늦잠을 자던 주민들은 아무런 채비도 하지 못한 채 잠옷과 맨 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뛰쳐나와야 했다.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 8층에 사는 직장인 김모(25) 씨는 비상벨 소리를 듣고 키우던 강아지만 안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층이 높아 처음엔 불이 난지 몰랐던 김 씨는 경보음에 창문을 열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고 바로 대피했다.
김 씨는 "1층으로 내려왔는데 출입문 옆 주차장에 있던 차에 옮겨붙은 불이 커지는 것을 보고 허겁지겁 나왔다"며 "10분만 늦었어도 못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3층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여성분은 얼굴에 화상을 많이 입은 상태로 내려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옆 건물인 드림타운에서 자취를 하던 여대생 정모(22) 씨는 수면바지에 점퍼만 걸친 상태로 폴리스라인 밖에 주저 앉았다.
정 씨는 "화재 초기에 집에서 뛰쳐나와 다친 데는 없다"며 "화재를 끄기 위해 동원된 소방 헬기에 의해 오히려 불이 확산된 것 같다. 살던 집이 다 탔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주민 3명이 사망했으며 101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