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편드는 美 지도층 과거사 발언, 앞으로도 이어질 듯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상무차관을 지낸 로버트 샤피로가 공개한 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한일간 과거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내 지도층 인사들의 일본 편들기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들의 일본 편들기 발언은 미국 정부의 '중국 봉쇄정책'과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여 한국 정부의 대책이 요구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상무차관을 지낸 로버트 샤피로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은 한국에 있다'는 취지의 공개 메시지를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샤피로는 공개 영상에서 "일본은 오래전 한국의 피해자에게 8억 달러를 배상금조로 지불했지만 당시 박정희 정권이 이 돈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일간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일간의 상처는 호전적인 한국 언론이나 정부의 공식발언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모든 면에서 박 대통령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은 베트남 민간인에게 '전쟁행위'를 행했다며 "과거의 충돌을 뒤로 하고 일본에게 우정을 내밀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국내 일부 지도층의 '베트남 전쟁 타령'은 샤피로 뿐만이 아니다. 워싱턴 내 대표적인 일본 로비단체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이사장인 데비스 블레어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도 8일 "일본이 과거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 전쟁 때 아주 무자비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내 대표적인 일본 로비단체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이사장인 데비스 블레어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그는 또 "1930년부터 1975년까지 동남아에서 동북아에 이르기까지 야만적 충돌의 시기였다"며 "일본군 지도자들이 적들을 어떻게 다룬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샤피로와 블레어는 서로 다른 시기와 공간을 통해 발언했지만 묘하게도 결론은 일치하고 있다. '과거에 발목잡히지 말고 미래를 위해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워싱턴 정가와 싱크탱크들이 한일관계와 관련해 내놓는 결론과 흡사하다.

지난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일동맹' 보고서를 통해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양국간의 역사적 원한은 양국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CSIS내 태평양포럼을 이끌고 있던 랄프 코사는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부인 발언은 표현의 자유"라며 "일본은 과거를 잊으려 하지만 한국은 과거를 넘어서서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인들은 자기자신들을 소비하며 비극적 과거에 눈이 멀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일본을 감쌌다.

심지어 한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미국내 한국문제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의 도널드 만줄로 소장조차도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007년 종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미 하원의 결의안 처리 당시 "미 의회가 한 나라에게 모욕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지혜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에게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보다) 북한 핵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만줄로 소장의 이같은 인식은 미국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를 놓고 대립하기 보다는 북핵 저지와 중국봉쇄 같은 미래지향적 문제를 놓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이나 중국 문제는 모두 미국에게 사활적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군사적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한일간의 협력은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인 셈이다.

상황인식이 이런만큼 일본 편을 드는 미국내 지도층들의 과거사 발언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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