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결심의 차이

[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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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이 말은 어떻게 옮길까요?'' 누군가가 물어보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의 휘호다. ''大道無門''. 이 말을 영어로 어떻게 옮기느냐?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가 지은 ''좁은 문''도 아닌데 ''Wide road has no obstacle''이라고 할 수도 없다.

우선 원어민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해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단어 하나 하나의 의미에 너무 치중하면 영어도 우리말도 아닌 제 3의 언어가 탄생한다.

즉, 이 글귀의 ''道''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길이 ''road''나 ''way''라고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넓은 길이란 인생의 길이요,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닥쳐오는 선택의 순간을 잘 넘긴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나 같으면 이 문장을 ''Right choice can lead you to a perfect life''라고 말하면 어떨까? 옳은 선택이야말로 완벽한 삶으로 이끈다는 말이다.


''choice''라는 말이 그럼 꼭 선택으로만 제한돼 쓰일까? 영국의 엘리자베스1세 여왕은 독신으로 평생을 보냈다. 그러나 여왕은 한번도 자신이 독신(celibacy)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여왕은 항상 ''I chose to marry England(난 영국과 결혼하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to choose''는 다른 말로는 ''I decided to marry England''가 될 수 있다. 선택이라는 말이 곧 결심을 뜻하기도 하니 말이다.

선택과 결심의 뜻이 모두 다 있는 말이라면, ''I am determined to marry England''라고 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영국을 선택했고 영국과 결혼하기로 선택했다는 두 번의 뜻이 겹치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강조법이 바로 이 구문에 들어 있다.

그럼, 결정에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결정은 주로 정치적인 뜻이 강하다.

''decision maker''라는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정부수반이나 국가원수를 뜻한다. ''decision making process''는 바로 국가정책 결정과정을 말하니 각료회의나 내각의 회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또, ''decisive''는 ''결정적인''이라는 의미로 ''important''와 같은 의미라고 봐도 무관하다.

그런데 ''decision''과 ''choice''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choice''가 주로 개인적인 일, 즉 결혼이나 자녀양육, 취업 같은 스스로의 선택을 말한다면 ''decision''은 자기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이민, 망명 그리고 나 이외에 우리, 즉 사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책이나 판결 등에 쓰인다. 영향의 대상이 나인지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인지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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