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서울 삼성동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석유 및 LPG 유통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대한석유협회와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대한LPG협회 등 유통업체가 참석했고 소비자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도 함께했다.
이날 간담회 성격은 모임을 주재한 산업부 채희봉 에너지산업정책관의 모두 인사말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채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지금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기름값을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리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라고 전했다.
이어 채 정책관은 "국제 유가 하락 혜택이 소비자와 국민 대다수에게 골고루 전해져서 서민들의 주름살이 펴지도록 각 협회가 회원사들에 당부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산업부는 동일 지역의 주유소별 석유 가격 편차가 상당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휘발유의 경우 서울시 관악구 내 최고가격과 최저가격 차는 리터당 759원, 경유는 구로구의 최고와 최저가 차이가 리터당 696원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냉랭함을 넘어 정부에 대한 반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은 "산업부가 최고가와 최저가라는 일부 주유소의 극단적 가격만 비교해 업계 전체가 가격 인하를 외면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주유소는 국제 유가 하락이 반영된 적정가에 기름을 팔고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국제 유가가 아무리 내려도 정액으로 고정된 유류세 때문에 유통 마진에서 기름값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가 40달러로 떨어져도 세금 탓에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300원 이하로는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석유제품 소비자가 인하를 위해 유류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소비자단체에서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이서혜 팀장은 "국제 유가가 아무리 내려가더라도 현재 유류세를 조정하지 않으면 가격 인하 여지가 적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부 채희봉 정책관은 "유류세가 정액제로 부과되는 까닭은 국제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한 세수가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유류세 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정부와 업계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끝났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협회 관계자는 '양측이 서로 할 말만 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 인하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분위기지만, 업계가 의외로 완강하게 버티고 나서면서 양측 간 갈등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