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운남국수'의 묵직하고 긴 여운

[조백근의 맛집기행] 침사추이 성림거, 맵고 신맛의 절정은 '바로 이것'

12월의 홍콩은 쌀쌀한 한국의 가을 날씨를 연상시킨다.

습기를 잔뜩 머금어 끈적끈적한 무더위의 여름과 달리 옷깃을 파고드는 한기에 움츠러드는 홍콩의 겨울도 뜨끈한 국물 음식을 부른다.

음식천국 홍콩에 가면 꼭 먹어줘야 할 음식이 하도 많지만 그중에 국수는 딤섬과 함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절친 메뉴이다.

'성림거' 전경 (사진=조백근 기자)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깊이와 무게감에 있어 강추인 운남국수의 '성림거(星林居,Sing Lum Khui)가 핫스팟인 침사추이 뒷골목 록 로드(Lock road)에 있다.

콩국수, 버섯칼국수, 비빔국수…국수 앞에 붙은 이름만으로 들어가는 재료와 맛이 예외 없이 결정나는 우리네 국수와 달리 운남국수는 면과 국물베이스만 결정되고 나머지는 선택사항이다.

차려 내오는 대로 먹는 게 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선택이 맛의 버라이어티를 맘껏 뽐내는 특장점이 있다.

우리도 이런 식의 국수로 나만의 취향, ‘000표 내 맘대로 국수’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운남국수는 일단 국물이 ‘맵고 신(hot & sour)’맛에 익숙하다면 얼른 친해질 수 있다.

함께 넣어 먹을 재료를 주문서에 하나하나 체크를 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 매운 맛은 취향에 따라 신맛은 less(약간) 추천

예를 들어 신 맛은 레스(less), 노말(normal), 베리(very), 노우(no) 4단계, 매운 맛은 노우, 베리 리틀, 리틀, 리틀 미디엄, 미디엄, 미디엄 베리, 베리, 수퍼, 베리 수퍼까지 무려 9단계나 올라갈 수 있다.

초보들은 겁먹고 레스 사우어, 리틀 스파이시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하지만 고수가 되면 베리 사우어, 수퍼 스파이시의 극강 플레이로 맵싸하고 시큼하기 이를 데 없는 절정의 국물 맛에 푹 빠져든다.


바로 옆자리에 티파니(17)라고 이름을 밝힌 여고생이 몇 마디 애기를 건네자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동생으로 나왔던 안재현 팬이라고 웃으며 스마트폰의 사진까지 보여준다.

맛을 결정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정신 번쩍드는 매운맛 ‘수퍼’를 권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국수에 넣어 먹는 내용물은 숙주나물부터 상추, 대파, 시금치, 죽순, 팽이버섯…소고기,돼지고기의 완자에 오뎅, 게맛살, 만두 까지 무려 38가지나 된다.

중국 요리와 친해지려면 야채 ‘고수’의 맛에 입문해야하지만 아직 어렵다면 이를 넣지 말라는 ‘노 코리앤더(No coriander)’에 꼭 체크해야 한다.

H1(국물있는 따뜻한 국수) c3(약간 매움) D2(노말사우어) E2(More bean sprouts, 숙주나물) 24(기본국수) + 5(Fish Ball)로 간단히 구성했고 가격은 $38(홍콩달러, 우리돈 5500원)였다.

운남국수 (사진=조백근 기자)


면은 우동면보다 얇아 훌륭한 식감을 느낄 수 없지만 국물 맛만은 참 표현불가의 오묘함으로 여운이 오래 간다.

면보다는 바로 이 국물의 중독성 때문에 이 집은 가게앞에 늘 줄서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고 자리도 자연스레 합석을 해야 할 정도이다.

이른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일찍 찾았더니 다행히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이미 합석까지 해서 식당이 꽉 찰 정도였다.

가게 안 풍경 (사진=조백근 기자)


국수집을 나와 개운하고 시원달달한 맛이 당긴다면 바로 두 집 걸러 인근에 망고빙수와 아이스크림, 주스로 유명한 허유산(許留山H,ui Lau Shan)이 참새방앗간이다.

홍콩에는 배우 양조위의 셩완에 있는 단골집 ‘九記牛腩’이 걸쭉한 쇠고기면으로 한 유명세 하지만 더운 날에는 땡볕에 30분 이상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인내를 각오하지 않는다면 맛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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