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과 '유가 급락'...새해 2대 경제 이슈의 파장은?

서로 상승작용 일으키며 금융시장 변동성 커질 수 있어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세계 금융시장이 새해 벽두부터 두 개의 대형 이슈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인상’ 움직임과 ‘국제 유가의 폭락’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지난해 말부터 예상된 미국의 금리인상은 올해 우리 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이고, 또한 불확실성의 요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들은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무제한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미국은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해 양적완화를 축소한데 이어 올해는 금리까지 올리는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7년만에 통화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대전환을 한다는 것이고, 국제금융시장에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투자수익을 쫓아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이탈하면서 펀드멘탈(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흥국 중 경제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데 IMF 등 세계 주요 경제기관과 투자은행들이 동의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그 영향권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두 가지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 투자한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우리 시장이 견실하기 때문에 우려할 만큼 많은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이 포토폴리오를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또 긴축에 따른 자금회수의 필요성에 의해 정도의 문제는 있겠지만 자금이탈은 불기피하다.

또 한 가지 측면은 국가 간에 경제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현실에서 특정 취약 국가의 금융위기 여파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펀드멘탈이 상대적으로 양호해서 안정적이지만 일부 신흥국 발 불안이 확산된다면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일 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지난해 양적완화 축소 때와 같이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충격 없이 넘기는 것이다.

◈저유가의 역설

새해 들어 예상을 뛰어넘는 국제유가의 급락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통상 유가 하락은 우리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세계 주식시장의 전반적 약세가 보여 주듯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유가 급락을 결코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러시아의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에너지 수출이 수출과 재정수입 등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 현실에서 유가 급락은 직격탄을 맞는 꼴이다. 저유가의 지속은 곧 러시아 경제의 파국을 의미한다.

또한 최근의 유가 급락은 공급 쪽 요인도 크게 작용하지만 본질적으로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요 부족의 반증이기도 하다. 경기 부진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과 함께 가뜩이나 저물가로 골치를 앓고 있는 유럽연합과 일본 등에 디플레이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원유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 경제도 어렵게 만든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러시아는 물론 베네수엘라, 이란,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 경제가 붕괴될 수 있고, 주변 지역 경제도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미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의 분석처럼 유가하락은 원가 절감과 실질소득 증가, 소비촉진 등 우리경제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유가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이런 부정적인 측면들을 고려하면 마냥 호재로만 여길 수 없게 만든다.

더구나 최근의 급격한 유가 하락은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와 맞물려 외환위기 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급락하고, 유가도 폭락했다. 1997년 10월 배럴당 21.6달러였던 국제유가는 6개월만에 11,7 달러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신흥국 화폐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하반기 이후 국제 원유 가격이 절반 가까이 폭락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와 매우 닮아 있다.

물론 주요 신흥국들의 환율이나 대외채무, 외환보유액이 외환위기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양호하다. 또 미국 연준도 국제 금융시장의 파장을 고려해 금리인상의 시기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그러나, 올해 국제 금융시장은 변동성 확대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경우도 순식간에 돌발적으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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