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는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가 구름 위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3위부터 1강-5중-2약으로 줄을 늘어선 양상이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후반기는 치열한 중위권 싸움과 함께 3위 원주 동부가 양강 중 한 팀을 끌어내릴 수 있느냐에 쏠릴 전망이다.
올 시즌 전반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강팀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쯤이 될 법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단련해온 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KBL 선두권? 익혀야 장맛
SK와 모비스가 특히 그렇다. 이들은 주축들이 3시즌 이상 손발을 맞춰 조직력이 정점을 찍고 있다. 감독과 선수들 간에 눈빛만 봐도 척척 맞아떨어진다.
먼저 SK는 문경은 감독 이하 주축들이 4시즌째 호흡을 맞춰왔다. '에이스' 김선형의 입단과 궤를 같이 한다. 여기에 '득점 기계' 애런 헤인즈와 견실한 빅맨 코트니 심스도 3시즌째 뛰고 있어 팀 워크가 절정에 달해 있다. 여기에 주장 박상오를 비롯해 김민수, 최부경 등도 3시즌째 뛰면서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변화가 없진 않았지만 미미했거나 발전적 방향이었다. 슈팅 가드 변기훈의 공백은 신인 이현석과 이적생 박형철 등이 메워주고 있고, 귀화 선수 박승리도 KBL 두 시즌째를 맞아 완전히 적응을 마쳤다. 문 감독은 "선수단이 3시즌째 팀 워크를 맞춰온 것이 상승세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문태영-리카르도 라틀리프도 챔피언결정전 3연패 합작을 노리고 있다. 유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 차출 여파도 있었지만 3시즌째 호흡을 맞춰 전반기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다"고 밝혔다.
동부도 이 범주에 넣을 만하다. 정신적 지주 김주성과 새 기둥 윤호영에 베테랑 가드 박지현 등 중앙대 트리오가 오랜 시간 팀의 주축이었다. 최근 윤호영의 입대와 사령탑의 혼란으로 부진했지만 역시 중대 출신 김영만 감독이 안정감 있게 팀을 추슬렀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이 명제는 반대로 약팀들에게는 혹독하게 다가왔다. 최하위권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이 단적인 예다.
KCC는 비시즌 주전 가드 김태술과 센터 하승진이 새롭게 합류해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9위에 머물렀다. 슈팅가드 김민구의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새 조합의 호흡이 맞아떨어질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최하위 삼성 역시 명가드 이상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고 1순위 외인 리오 라이온스, 2순위 신인 김준일이 가세했지만 '케미'가 떨어진다.
4위 고양 오리온스도 이 명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올 시즌 1라운드만 하더라도 오리온스는 최강 새 외인 트로이 길렌워터와 1순위 신인 이승현 등을 앞세워 8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이후 조직력의 허점이 드러나 간신히 5할 이상(18승16패)을 지켰다. 추일승 감독은 "아무래도 3시즌 정도를 같이 치른 팀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위 부산 kt, 6위 인천 전자랜드의 선전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적으로 대형 선수가 부족한 약점을 각각 전창진, 유도훈 감독을 중심으로 수년째 다져진 조직력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프로농구 전반기의 성과와 시행착오가 후반기에도 이어질지, 반전이 일어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