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보루요"…면세점 코너에 비흡연자까지 발길

담뱃값 인상에 흡연자 대신 구매 사례 눈에 띄어

새해 담뱃값이 4천원대로 오른 가운데 가격 인상의 '무풍지대'인 면세점에서는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까지 담배를 찾는 새로운 풍경이 연출됐다.

7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담배 코너.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담배 구매와 관련한 규정을 설명하고 담배를 판매하느라 분주했다.

한 40대 부부는 "여기도 담뱃값이 올랐느냐"고 물으며 매장에 들어서더니 남편과 아내가 각각 담배 한 보루씩을 구입했다.

다른 일가족 5명은 한 사람당 한 보루씩 총 5보루를 사서는 출국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행선지와 동행인 수 등을 물어본 뒤 매장에 붙어 있는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규정을 일일이 일러주고는 "한 사람당 하나씩 따로 포장해 들고가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중 담배 값은 세금이 올라 크게 뛰었지만, 세금이 면제되는 면세점에서는 가격변동이 없다.


KT&G의 '에쎄'의 경우 시중에서 한 보루에 4만5천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면세점에서는 기존과 동일한 18달러(약 2만원)에 판매된다. 절반이상 싼 가격이다.

때문에 흡연자들은 해외에 나가는 지인에게 면세담배 구입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김모(62·여)씨는 아들 부탁으로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사 왔다.

김씨는 "아들이 바로 금연하기는 자신이 없고 차츰 흡연량을 줄여가겠다고 약속해서 대신 한 보루 사다줬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28)씨는 작년 말부터 외국여행을 나가는 지인 4명에게 부탁해 미리 4보루를 챙겨뒀다며 주변의 흡연자들에게 자랑했다.

일부 인터넷 중고판매 사이트에는 면세점에서 판매한 담배를 시중가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풍경이 아직 면세점 담배 매출 인상이나 세관의 초과반입 적발 건수 증가와 같은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손님이 몰릴 줄 알고 연초에 매장에 지원 인력을 늘렸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어서 철수시키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반입 한도가 정해져 있다 보니 싸다고 무작정 많이 살 수 없는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도 "면세범위를 초과해서 담배를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가 늘었다고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담배 회사들이 면세담배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격 인상 전 면세점 담배 사재기 등이 늘어날 수 있다.

한 사람당 한 보루인 면세한도를 초과해 담배를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는 작년 상반기 1천731건에서 하반기 2천484건으로 30%가량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담뱃값 인상 정책을 발표한 9월에는 444건으로 8월의 359건보다 약 19% 늘었다. 이후 10월 430건, 11월 451건, 12월 554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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