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6일 붙잡힌 강모(48)씨를 조사해 범행동기에 대해 이같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새벽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잠들어 있던 아내(43)와 큰 딸(13), 둘째 딸(8)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오전 6시 30분쯤 119에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신고하고 ‘자신도 죽겠다’는 말을 남긴 뒤 잠적했다.
사건현장을 찾은 경찰은 아내는 거실에서, 큰 딸과 둘째 딸은 각기 다른 방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씨가 남긴 노트에서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딸 이름)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죄 값을 치를게"라는 글이 발견됐다.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것도 죄송한데 집사람과 애들까지 데리고 가는 죽을죄를 지었다.…통장을 정리하면 좀 남는 것이 있을 텐데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 치료비와 요양비 등에 쓰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경찰조사결과, 강씨는 지난 2012년 12월쯤 다니던 컴퓨터 관련 회사를 그만 둔 뒤 자신 명의의 서초동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아 아내에게 매달 400만 원씩 생활비를 주고선 나머지는 주식투자를 했다.
또,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시원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주식에 손을 댔지만 2억 7천여 만원을 날렸다.
강 씨가 대출받은 5억 원 가운데 남은 돈은 1억 3천만 원 정도였다.
경찰은 “강씨가 담보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고 남은 돈으로는 희망이 없을 것 같아 범행 전 유서를 작성한 뒤 가족들을 살해했다고 범행 전부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119신고 직후 충북 청주의 대청호에 투신하려다 실패하자 자신의 차량을 몰고 경북 문경까지 이동했다가 이날 낮 12시 10분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강씨의 옷은 젖은 상태였고, 손목에선 자해 흔적도 발견됐다.
이날 오후 서초경찰서로 압송된 강씨는 “심경이 어떻느냐”, “생활고 때문이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90도로 허리를 숙인 채 묵묵부답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 했냐”는 물음에만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는 “자녀들이 저항하지 않았느냐”, “후회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흐느끼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은 채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경찰관계자는 “강씨가 가족들과 상의 없이 혼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119로 신고한 점으로 볼 때 계획적이거나 우발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반반인 듯 하다”고 말했다.
또, “가족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결정적 살해 동기로 보인다”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 조금 힘들어지니까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강씨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유족을 상대로 구체적인 재산관계 등을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