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21세기판 '비트'로…"응원합니다"

[기자의 창] 출구 찾는 청춘 위로…작지만 강한 한국영화에 대한 바람

이민기 여진구 주연의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지난 세기 말 방황하는 청춘의 입장을 대변했던 영화 '비트'의 21세기판이 될 수 있을까.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비트는 1997년 개봉 당시 숱한 화제를 뿌리며 10, 20대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작품이다.

비트에서 주연을 맡았던 정우성 고소영 유오성은 이 영화로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조연으로 출연한 임창정 역시 맛깔나는 대사가 하나 하나 회자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밖에서도 비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극중 민(정우성)을 태우고 질주하던 모터사이클은 청춘의 로망으로 자리잡았다. 이로 인해 고교생들은 너도 나도 원동기면허를 따겠다며 달려들었다.

흔들림 없던 민과 태수(유오성)의 우정, 불안에 떨던 민과 로미(고소영)의 사랑,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교육 현실 앞에서 출구를 잃은 주인공들의 모습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현실이라는 벽과 마주한 청춘들을 위로했다.

어느덧 중년 배우가 된 유오성은 지난달 열린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는 비트 같다"고 말했다. "청춘에 대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찾아가는 작품"이라는 것이 두 영화의 공통점이란다.


28일 개봉하는 내 심장을 쏴라는 작가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뒀는데, 새로운 인생을 향해 탈출을 꿈꾸는 두 청년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거듭해 온 수명(여진구)은 정신분열증 분야의 베테랑이다. 퇴원 일주일 만에 수리희망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 그는 같은 날 입원한 동갑내기 승민(이민기)에게 휩쓸리게 되면서 파란만장한 경험을 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탓에 비행을 금지당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 승민은 눈이 완전히 멀기 전 마지막 비행을 하고자 계속 탈출을 시도한다. 자유로운 승민의 성격은 수명의 삶에 혼란을 몰고 오지만, 수명은 점점 승민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이 영화를 제작한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는 최근 CBS노컷뉴스에 "내 심장을 쏴라는 청춘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했다.

그는 "원작 소설의 맨 앞장에 '분투하는 청춘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 작품을 관통하는 말로 다가와 영화의 맨 앞에 그대로 넣었다"며 "원작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이 시대 관객의 취향, 청춘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을 반영해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 심장을 쏴라가 21세기판 비트가 되기를 바라는 데는 현재 한국영화 시장의 획일적인 흐름을 깨려는 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영화 칼럼니스트 김형호 씨는 "지금처럼 가족 관객 중심의 영화로 편향된 흐름이 계속 된다면, 주 관객층인 20대들이 볼 만한 영화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2015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30, 40대들이 20대 때 비트를 비롯해 '오우삼 영화' '왕가위 영화' 등 자기 세대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현재 20대들이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난다면 결국 그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내 심장을 쏴라 개봉에 앞서 15일에는 이승기 문채원 주연의 로맨스 '오늘의 연애'가, 7일에는 조여정 클라라 주연의 '워킹걸'이 각각 관객들과 만난다.

내 심장을 쏴라에 21세기판 비트라는 수식어가 붙기를 바라는 것처럼, 오늘의 연애가 '엽기적인 그녀'(2001)의 2015년판으로, 워킹걸이 21세기형 '결혼 이야기'(1992)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오늘날의 청춘들은 분명 지난 세기와는 다른 고민의 결을 품고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미완의 '나'를 위로하는 문화 콘텐츠가 있다는 것은 이후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의 차세대 주역이 될 청춘들을 위해서,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다양성 보장을 위해서도 작지만 강한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나 의미 있는 반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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