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도주 중 붙잡힌 40대 가장은 경찰에 압송되자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6일 오후 4시 40분쯤 서울 서초경찰서로 압송된 피의자 강모(47)씨는 “심경이 어떻느냐”, “생활고 때문이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90도로 허리를 숙인 채 묵묵부답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 했냐”는 물음에만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는 “자녀들이 저항하지 않았느냐”, “후회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흐느끼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은 채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세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씨는 이날 오후 12시 10분쯤 경북 문경의 한 길거리에서 근무 중이던 문경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체포돼 곧바로 서초경찰서로 압송됐다.
검거 당시 강씨의 옷은 물에 젖은 상태였고, 손목에선 자해 흔적도 발견됐다.
앞서 강씨는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 이모(43)씨와 큰 딸(13), 작은 딸(8)을 목 졸라 살해한 뒤 119에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신고하고 ‘자신도 죽겠다’며 잠적했다.
경찰은 강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강씨가 차량을 이용해 충북 청주 인근으로 이동한 흔적을 확인하고 그를 뒤쫓아 왔다.
강씨가 도주 과정에서 충북 지역을 거쳐 문경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처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못난 나는 죽어야겠다’는 취지의 글이 적힌 노트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또 ‘통장을 정리하면 돈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병원비에 보태면 될 것’이라는 글도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같은 노트 등을 토대로 생활고 비관으로 인한 충동적 살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씨는 3년여 전까지 외국계 IT회사를 다니다 현재는 직업이 없는 상태다.
또, 강씨 소유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 2004년 구입한 뒤 2012년 11월 채권최고액 6억 원 근저당 설정된 점으로 볼 때 경제적 상황이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찰은 강 씨 등이 살던 집이 서초동의 고가 아파트라는 점에서 다른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 가족을 알고 지냈다는 아파트 주민은 기자와 만나 “그제까지 강씨 부인과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자녀들 영어공부와 다니고 있는 논술, 과학 학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생활고를 겪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강씨가 최근 둘째 딸과 함께 아파트 앞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도 있었다.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숨진 아내와 딸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