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도주하던 40대 가장이 6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세모녀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강모(48)씨는 이날 오후 12시 28분쯤 경북 문경의 한 길거리에서 근무 중이던 문경경찰서 농암파출소 소속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초경찰서는 강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서초서로 압송해 범행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강씨는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 이모(48)씨와 큰 딸(13), 작은 딸(8)을 목 졸라 살해한 뒤 119에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신고하고 ‘자신도 죽겠다’며 잠적했다.
경찰은 강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강씨가 차량을 이용해 충북 청주 인근으로 이동한 흔적을 확인하고 그를 뒤쫓아 왔다. 강씨가 도주 과정에서 충북 지역을 거쳐 문경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처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못난 나는 죽어야겠다’는 취지의 글이 적힌 노트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또 ‘통장을 정리하면 돈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병원비에 보태면 될 것’이라는 글도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같은 노트 등을 토대로 생활고 비관으로 인한 충동적 살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씨는 3년여 전까지 외국계 IT회사를 다니다 현재는 직업이 없는 상태다.
또, 강씨 소유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 2004년 구입한 뒤 2012년 11월 채권최고액 6억 원 근저당 설정된 점으로 볼 때 경제적 상황이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찰은 강 씨 등이 살던 집이 서초동의 고가 아파트라는 점에서 다른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 가족을 알고 지냈다는 아파트 주민은 기자와 만나 “그제까지 강씨 부인과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자녀들 영어공부와 다니고 있는 논술, 과학 학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생활고를 겪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강씨가 최근 둘째 딸과 함께 아파트 앞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도 있었다.
한편, 경찰은 숨진 아내와 딸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