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보다 조금 넓은 원룸마저 월세 40만원을 훌쩍 넘긴 곳이 태반인 데다 일부 신축기숙사는 이보다 더 비싸기도 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2학기를 연세대 신촌캠퍼스 신축기숙사에서 지냈다는 교육학과 2학년 김세진 씨는 기숙사를 나와 인천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통학하기로 했다.
“자취방이나 하숙집도 월 40만 원이면 구하는데, 기숙사 비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두 명이 한 방을 쓰는 신축기숙사 ‘우정원’의 한 달 비용은 69만 원으로, 주변 원룸 평균 가격인 56만 원보다 높았다.
총학생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 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다니면서 매달 80만 원의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기숙사란 최소한의 교육권이자 주거권”이라며 기숙사비 인하를 촉구했다.
친구와 함께 투룸을 구하러 부동산중개소를 돌아다니던 연세대 전기전자과 3학년 김태완(23) 씨는 이날 오전에만 10여 곳을 둘러봤다고 했다.
그는 “돈 없으면 고생인 게 신촌에서 방구하기”라면서 “발품을 판 만큼 성과가 있길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에게 방을 소개하던 중개업자는 “원룸이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기숙사는 늘고 1학년들은 송도 캠퍼스에서 생활해 ‘학생 모시기’를 하는데도, 신촌 월세가 워낙 비싸다보니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희대와 한국외대 주변도 ‘싸고 좋은 방 구하기’는 녹록하지 않다.
경북 울진 출신의 외대 행정학과 1학년 조카와 함께 집을 구한다는 최은경(45) 씨는 부동산을 돌며 2시간째 원룸을 둘러보더니 “마음에 드는 집은 비싸고, 가격이 괜찮은 집은 햇볕도 잘 안 들어 어찌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강한 대학가에서 전셋집 구하기는 ‘A+학점 따기’보다 어려웠다.
LH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돼 전세를 구한다는 경희대 미대 1학년 이지은 씨는 “매달 40~50만 원이 들어가는 월세는 부담스러운데 막상 전셋집을 구하려니까 없다는 말만 듣고 있다”고 발을 굴렀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대학생이 주택을 구하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뒤 대학생에게 재임대하는 제도인데, 전셋집 자체가 없다면 아무런 효용이 없는 셈이다.
부르는 게 값인 대학가 원룸도, 원룸보다 비싼 기숙사도 엄두를 못내는 대학생들은 “새 학기마다 집 구하는 게 전쟁”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