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 고위 관계자는 5일 "6일 재정위원회가 열리지만 하승진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아마도 경고 정도가 내려지는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재님(김영기)의 의중에 따라 수위가 정해질 것이나 크게 문제삼을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승진(전주 KCC)은 지난 1일 서울 삼성과 잠실 원정에서 부상을 입은 뒤 코트를 빠져나가면서 다소 도발적인 발언을 한 여성 관객에게 다가서려다 제지를 당했다. 221cm, 최장신인 거구임을 감안하면 관객에게 위협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징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선수가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다소 모욕적으로 들릴 발언이라 하승진에 대한 동정론이 광범위하게 퍼진 터였다. 더욱이 하승진이 라커룸으로 돌아온 뒤 서럽게 울었다는 전언이 나오면서 징계 주장이 힘을 잃은 상황이다.
게다가 하승진은 지난달 9일 서울 SK전에서 오른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은 뒤 복귀전이었다. 팀의 7연패를 끊기 위해 나선 경기에서 또 중상을 당한 터라 상심이 더욱 컸을 심경에 우호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해당 관객에 대해 너무 심한 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차제에 관객에 대해서도 경기장 출입 정지 등의 징계를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심지어 해당 팬에 대한 마녀사냥 수준의 '신상 털기' 등 인신 공격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옆사람에게 한 말, 이렇게까지 커질 줄이야"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었지만 어디까지나 우발적으로 이뤄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기 중 관중이 상대팀에 대해 야유를 보내거나 심지어 욕설을 하는 일은 농구뿐 아니라 야구, 축구, 배구 등에서도 다반사"라면서 "다만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승진의 소속팀 KCC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농구 경기에서는 관중석과 코트가 가까워 상대 팬들의 비난과 욕이 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평소라면 선수들이 그냥 듣고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일이 꼬이려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면서 "그 팬도 이번 일을 통해 많이 반성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관객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팬은 선수를 특정해 발언한 게 아니라 옆의 지인에게 말했는데 큰 파장과 인신 공격을 받는 사태로까지 번진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직접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KCC 관계자를 통해 하승진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농구 관계자는 "부주의했던 발언이 잘못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무심코 뱉은 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해당 팬도 피해자"라고 촌평했다.
다만 추후 하승진과 팬의 화해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KCC 관계자는 "하승진은 현재 절대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일로 다른 팬들도 충분히 관람 문화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 따로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팬 역시 당일 대면 사과를 하려 했지만 선수의 안정을 위한 KCC 측의 고사가 있었던 만큼 재시도는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KBL의 경고 수준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만 선수의 인권과 팬의 권리, 의무 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는 점에서 하승진과 팬 모두 불행을 겪었으나 한국 농구계에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남게 됐다. 스트레슬 풀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물론 관중이 있기에 존재하는 선수들도 서로를 더 배려하게 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