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구의 한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온 허모(67.여)씨도 3일 전과 동일한 치료를 받고 돈은 3배 넘게 내라 했다며 황당해했다. 허씨는 "원래 1,500원을 냈었는데, 5,000원을 내라니 큰 부담"이라면서 "병원에 가려고 해도 진료비가 부담되니 두번 갈 것 한번 가고, 결국 그러다 못가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의원을 찾아 외래진료를 받을 때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정액제를 적용받는다. 이 제도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총 진료비가 만 5천원 이하로 나올 경우 10%에 해당하는 1,500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총진료비가 만 5천원을 넘으면 '총 진료비의 30%'를 부과한다는 기준에 따라 본인부담금은 몇 배로 뛴다.
의료수가 인상에 따라 진료비는 매년 조금씩 오르는 상황. 자연히 진료비 총액이 '정액 기준'을 벗어나는 사례가 늘면서 복지혜택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진료비가 부담스러워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줄면서 병원은 병원대로 불만이다. 일선 병원에서는 진료비 일부 항목의 요금 청구를 포기하면서까지 총 진료비를 정액 기준인 만 5천원 이하로 맞추는 꼼수까지 부린다.
서울 중랑구의 한 정형외과 원장 이모 씨는 "편법이긴 하지만 주사를 주고도 청구를 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어르신들에게 설명하기도 힘들고 돈을 많이 내게 하면 동네에서 낙인이 찍혀 환자가 끊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싸움은 진료실에서 생기는데 정부는 방관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외래진료 중 총 진료비가 만 5천원을 초과한 진료 건수는 2009년 2,169만 건에서 2013년 3,574만 건으로 65%나 증가했다. 또 노인 환자 중 본인부담금 정액제 혜택을 받지 못한 수는 2008년 340만 4천 명에서 2012년에는 430만 7천 명으로 26.5% 늘었다.
정액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만 5천원 선을 늘린다는 것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할인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강화 등 노인 복지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내세웠지만 정작 노인들의 기본적인 진료 혜택에는 여전히 손을 놓고만 있는 셈.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대표는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본인 수익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하루 진료비가 1,500원에서 4,500원 정도로 인상된다면 큰 부담일 것"이라며 "어르신을 잘 모시겠다던 정부의 말이 무색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