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3∼4일 자 주말 판에서 유로 인플레 관련 공식 지표들이 1월 둘째 주 발표되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유로 인플레는 0.7%로,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앞서 집계됐다.
이런 관측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2일 자 독일 신문 한델스블라트와의 회견에서 인플레 하강 위험이 "6개월 전보다 커졌다"고 밝힌 것과 때를 같이해 나왔다.
드라기 총재는 "낮은 인플레가 오래간다면 (비통상적인 금리 정책의) 범위와 속도,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해 국채도 사들이는 미국식 양적완화(QE) 실행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FT는 유로존 디플레 우려도 커졌다면서 역내 정정 불안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채권 수익률이 기록적으로 떨어졌음을 지적했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시세가 그만큼 뛰었다는 의미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11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하락해 역대 가장 낮은 1.75%를 기록했다.
스페인 10년 물 수익률도 9bp 빠진 1.5%로, 역시 바닥 기록을 경신했다. 포르투갈 10년 물 국채 역시 21bp 하락한 2.4%로 주저앉았다.
유로 채권시장의 대표적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분트) 5년 물 수익률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갔다고 FT는 강조했다.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투자자가 분트 확보를 위해 독일 정부에 수수료를 내게 됐다는 의미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유로 가치도 하락했다.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2일(이하 현지시간) 유로당 1.20달러로, 2010년 중반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6개월 사이 12%가량 하락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 강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도 유로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로 꼽고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세바스티앙 갈리 외환 전략가는 FT에 "유로·달러 환율이 올해 1.14달러까지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아직 불변"이라면서 "ECB가 QE를 실행하면 더 주저앉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FT가 전한 블룸버그 전문가 조사에 의하면 ECB의 QE 실행이 아직 유로 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QE 실행이 결정되면 유로·달러 환율이 올해 연말까지 1.18달러로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ECB의 새해 첫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22일 소집된다.
FT는 그러나 그리스의 새 총선이 오는 25일 치러지기 때문에 ECB가 이번에는 QE 실행을 결정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긴축에 반대하는 시리자 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렇게 되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피터 고베스 애널리스트는 FT에 "유로 취약 국들이 그간 개혁을 이행했다"면서 "따라서 그렉시트 충격이 2011년과 2012년에 우려됐던 것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슈피겔도 복수의 독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더라도, 유로 경제가 그 충격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독일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슈피겔에 "(유로 취약국인)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가 회생했기 때문에 (그렉시트가 발생해도) 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슈피겔은 시리자가 총선에서 집권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독일 정부가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