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덕에 음원차트도 90년대 히트곡 대거 '소환'

각종 차트 1위에 90년대 히트곡 진입 파란…누리꾼 "토토가 시즌2 제작해달라"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의 효과로 연초부터 음원차트도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대의 곡들을 '소환'했다.

3일 '토토가'의 두 번째 방송이 나간 뒤 이날 멜론 차트(밤 10시 기준) 100위권에는 방송에 출연한 가수들의 1990년대 대표곡 19곡이 대거 진입했다. 김건모, 김현정, 터보, 지누션, 엄정화, 조성모, 소찬휘, S.E.S 등 시대를 풍미한 이들의 히트곡들이 길게는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차트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같은 시간 네이버뮤직에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1위·S.E.S의 '아임 유어 걸'이 3위 등 10위권에 5곡, 엠넷닷컴에선 터보의 '화이트 러브'가 1위·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2위 등 10위권에 8곡, 올레뮤직에선 엄정화의 '포이즌'이 1위 등 10위권에 7곡이 진입했다.

'한국 가요계의 르네상스, 90년대 가수들의 귀환'이란 기획으로 열린 이날 방송에서 엄정화는 과거 함께 하던 안무팀 프렌즈를 소집해 무대에 올랐고, 이정현은 예전에 쓰던 공연 소품을 다시 꺼내 직접 손질하는 등 당시 모습을 재현하고자 공들여 무대를 준비했다.

10년 만에 두 멤버가 호흡을 맞춘 지누션, 딸에게 가수로서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 쿨의 김성수, 예전과 똑같은 폭발적인 고음을 선보인 소찬휘 등 공연을 마친 이들은 하나같이 감동과 추억에 북받친 모습이었다.

이들의 이런 감격은 전원 기립해 추억의 춤을 따라 추고 노래를 합창한 객석의 엄청난 호응이 이뤄낸 결과였다. 관객은 매무대 전주(前奏)가 흘러나올 때부터 환호했다. 특히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에 이르자 공연장은 마치 클럽을 옮겨놓은 듯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몇 년간 1990년대 복고 바람은 영화 '건축학개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 등 다른 분야의 영향이 컸다면 지난해부터는 가요계가 주도적으로 이 흐름을 이끌어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태지와 김동률, 지오디(god) 등 19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컴백이 잇달았고 이 시기 대표 뮤지션인 신해철이 세상을 떠나며 '1990'의 추억을 증폭시켰다.

1990년대는 발라드, 댄스,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며 대중음악계의 황금기로 평가받고 있다.

신승훈, 김건모 등 밀리언셀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으며, 1992년 등장한 서태지와아이들이 힙합, 록, 댄스를 가미한 음악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 그룹이 생겨나 지금의 K팝 열풍의 초석이 됐다. 1996년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되며 신세대들의 솔직한 노랫말이 방송을 타고 흘렀다.

장르적인 풍성함 뿐 아니라 당시 가요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노래방 문화가 탄생했고 PC통신이 급격히 전파했다. 뮤지션들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아날로그 음원을 담은 LP와 카세트테이프에 이어 CD가 널리 제작됐다.

이러한 변화를 겪은 당시 청소년들은 'X세대'로 불렸는데 이들은 지금의 문화 소비력을 지닌 30~40대가 됐다.

'토토가'가 끝난 후 '무한도전' 게시판에는 이 세대의 추억담이 흘러넘쳤다. "아직 못 본 가수들이 많다"며 시즌2를 제작해달라는 요청도 쏟아졌다.

당시 노래방 아르바이트를 해 금영기계의 노래 번호를 꿰고 있다는 한 누리꾼(ce****)은 '무한도전에서 나온 가수들의 노래가 얼마나 나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지 모를 것이다. 자꾸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생각나고 눈물도 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as****)은 '40년 넘게 살아온 내 인생 최고의 날이며 최고의 시간이며 최고의 추억이었다, 사랑한다, 내 젊은 날들'이라고, 97학번이란 누리꾼(kj****)은 '노래와 춤을 따라 하다가 울컥했다. 갑자기 옛날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는 글을 올렸다.

1세대 걸그룹인 핑클 출신 이효리도 '본방 사수'를 한 듯 남편 이상순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신났다, 더 신났다'는 글과 함께 이효리가 엄정화와 이정현의 공연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게재했다.

'토토가' 출연 가수들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SNS에 잇달아 글을 올렸다.
엄정화는 "그때의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 같던 한때는 나의 일상이던 그 모든 것들"이라며 "(중략) '무도'가 우리에게 추억을 현실로 확인할 시간을 주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소찬휘는 "이렇게 웃고 떠들고 편히 노래 부른 적이 언제였는지"라며 '토토가' 뒤풀이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반향에 대해 "가수에 대한 추억보다 청년기를 함께한 음악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추억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힙합 1세대인 타이거JK도 최근 인터뷰에서 "음악은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라며 "그때 음악에 열광한 소녀가 지금 아기 엄마가 돼도 인간의 심장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신해철도 지난 2010년 SNS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난 이제 그때만큼 순수하고 미숙해질 순 없어요.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다 해도 당신은 그 음악과 함께 했던 당신의 그 시절 그 모습이 그리운 것뿐이에요. 내가 당신 인생의 일부, 특정한 시간을 함께 했음을 기억해주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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