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처음 정치권에 거명된 건 17대 대선 이후 1년이 안 된 지난 2008년 중반. 반 사무총장은 당시 대선 후보 조사에서 40% 안팎의 지지를 보인 박근혜 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약 15% 내외의 지지율로 10% 초반에 그친 정동영 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앞섰다.
반 사무총장은 이후에도 줄곧 2위권을 유지하다 2011년 8월 순식간에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UN 사무총장에 연임한 데다 다른 '블루칩'들이 연이어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깜짝 1위에 오르자마자 안철수 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며 '대망론'의 주인공이 됐다.
반 사무총장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건 2013년 9월.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호감도 1위에 오른 것이다. 2년여 만에 재등장한 반 사무총장은 이때부터 줄곧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반 사무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새정치연합 비노계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들이 야권 대선 후보 출마 의사를 타진했다"고 반박했다. 차기 유력 후보가 없는 여야 각 계파가 반 사무총장을 서로 찜했다고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반 사무총장은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반 사무총장은 연말연시에 실시된 3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낮게는 17.5%에서 높게는 38.7%의 지지율로 넉넉한 1위에 올랐다.
경향신문의 의뢰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던 한국리서치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의 빈 자리를 반기문 총장이 메운 결과로 보인다"며 "새 정치와 새 인물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있는데, 안 의원이나 박원순 시장도 이미 기성 정치인이 됐기 때문에 제3의 인물이 새롭게 뜨지 않는 한 반 총장에 대한 지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 사무총장은 정작 19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출마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무총장 임기가 대선 1년 전인 2016년 12월에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기문 대망론'의 유효기간은 아직 한참 남아있다.